<특파원 칼럼> 한국이 일본만 돕나?

(아주경제=워싱턴D.C. 송지영 특파원) 한국은 물론이고 해외 한인들까지 지진, 쓰나미, 이어 현재도 진행중인 핵발전소 붕괴 위험으로 고통받고 있는 일본을 돕자고 나서고 있다.

정부는 구조대와 구조물자, 더 나아가 원자력 발전소에 투입될 붕소까지 보냈고, 한국의 대표적인 연예인들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0억원이 넘는 성금을 이번 일본 사태에 지원했다. 이에 호응해 일반 국민들까지도 성금을 내고 있고, 한국의 대표적인 방송사들에서는 특별 방송까지 마련해 “힘내라! 일본” 성금 행사를 내보냈다.

일본과 우리나라와의 역사적 관계와 아직도 다 씻기지 않는 국민적 감정을 생각할 때, 이같은 움직임은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그간에 어떠한 앙금이 있었더라도 이번 사고와 같은 대형 피해는 꼭 도와야 한다는 대의적인 국민의식이라고 판단된다.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성장한 한국의 달라진 모습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의 이같은 행동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처음에는 인도적인 차원의 지원에 왜 딴지를 걸까하며 극소수의 주장으로 치부하려 했으나, 주변 사람들이나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이같은 주장이 꽤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은 한국이 일본을 돕는 것 자체를 비난한 것이 아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난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피해로 30만명, 2010년 하이티에서 지진으로 25만명이나 목숨을 잃는 등 해외의 대규모 인명피해 사고에 대해 한국이 지금처럼 대 국민 성금 행사를 주도한 적이 없다.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기아로 수백만이 죽어가도 정부, 방송이 나선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은 강하고 잘사는 사람과 국가에 약하고, 못살고 힘없는 사람과 국가에 강하다는 지적.

둘째, 국내에서 구제역으로 수백만마리의 가축을 땅에 묻고 농가들의 피해가 천문학적인 수치로 치솟았지만 국민들은 지금처럼 도움에 나서지 않았다. 즉, 국내에서 발생되는 사고에 대해서는 한국은 지원이 인색하다는 것이다. ‘수신제가’도 못하면서 ‘평천하’를 하냐는 것.

셋째, 북한 주민들이 굶주려 죽어간다고 하면서도 북한 정부와의 적대적인 관계를 내세워 한국은 지원에 마찬가지로 인색했다. 동포가 밥을 굶어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남의 나라, 그것도 잘사는 나라의 피해에 온갖 눈물, 콧물 다 보인다는 지적이다.

넷째, 일본이 지금 처한 상황이 안됐기는 했지만 아직 일본은 우리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는 국가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독도문제, 더 멀리는 일본이 한반도 지배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보상한 적이 있느가를 이들은 따지고 있다. 그런 나라에 지금 정부, 방송이 나서서 국민들 쌈짓돈을 성금으로 받는다는 것을 이들은 못마땅해 한다. “인도적인 지원은 하되, 너무 나대지 말라”는 것이 이들 주문이다.

우선은 이들의 주장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판단할 때 좀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번에는 사상 최대의 지진, 쓰나미에 더해 핵발전소 붕괴 사태 아닌가. 그거도 바로 옆에서 말이다. 최악의 상황을 막지 않으면 우리나라한테도 피해가 올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더 정부나 국민들이 나섰다고 보인다.

또한 기존 한일 관계를 판단할 때, 현재 한국민의 행동은 대단히 극적인 효과가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과거사의 앙금은 뒤로 하고 현재 벌어진 범인류적인 사태는 먼저 돕자”는 대의적인 국민 행동이 전세계에 매우 올바르게 비춰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의 주장을 그냥 못들은 척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앞으로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여러 대형 사태에 대해 적절한 기준을 만들어 정부나 민간단체, 언론들이 대응하면 될 것 같다. 좋은 일을 하면서도 이런 말을 듣는 것은 한국이 그간 여유가 부족해 남을 돕는 데 인색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번 일본 지진, 쓰나미 및 핵사태를 계기로 한국이 세계의 선진국으로 부상하고 정말 어려운 이웃을 많이 돕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