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방부 대변인은 카타르 전투기 4대가 프랑스 전투기 편대와 함께 작전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20일 전했다.
그는 카타르 전투기의 합류가 몇 시간 내에 이뤄질 것이라며 카타르가 아랍권에서 프랑스의 ‘역사적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타르의 대(對) 리비아 군사작전 참여는 예견된 것이었다.
카타르의 셰이크 하마드 빈 자셈 알-타니 총리는 지난 19일 파리에서 열린 리비아사태 관련 주요국 회의에 참석, 군사작전에 참여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한 바 있다.
카타르의 이번 결정은 아랍국에 대한 공격에 아랍국가가 군사력을 동원해 참여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방 진영은 리비아 군사작전을 단행하기에 앞서 아랍권의 반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아랍권 지지를 최대한 확보한다는 전략이었지만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아랍 국가들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폭정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했지만 이번 작전이 또 다시 서방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 때문에 불편한 입장이었다.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 등 서방 주도로 이뤄진 전쟁이 역내에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 이미 경험한 아랍권으로서는 불과 10년 사이 이슬람국가에 대한 서방의 세 번째 군사작전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이 지난 12일 리비아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유엔에 촉구하면서도 이 조치가 군사 개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 점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러나 서방은 19일 리비아에 대한 군사작전을 감행했고, 결국 아랍연맹의 아므르 무사 사무총장으로부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시민들을 보호하는 것이지, 시민들에게 폭탄을 안기는 것이 아니다”라는 비난을 받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서방은 카타르군의 작전 참여로 전투력 향상이라는 단순한 개념을 뛰어넘어 서방 주도의 작전에 아랍권의 지지를 직접 확보했다는 상징적인 효과를 거두게 됐다.
그러나 카타르의 군사력 동원은 아랍권 내부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아랍권은 이슬람교라는 동일 종교를 믿고 아랍어라는 동일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서적 일체감이 세계 다른 어떤 권역보다도 강하다.
아랍 국가가 다른 아랍국을 공격한 사례가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외에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이런 사회 문화적 배경과 연관이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최근 시위진압 지원을 위해 바레인에 병력을 파견하고서도 시위 현장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도 아랍 국가 간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다.
요르단, 이집트, 이라크 등 일부 아랍국가들은 일찌감치 리비아에 대한 어떤 군사작전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최소한의 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카타르가 리비아 공격에 아랍권 선봉으로 나선 배경은 현재로서는 분명치 않다.
다만 카타르가 중재 외교에 강점을 보이며 역내에서 영향력을 키워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리비아 사태를 계기로 더욱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구사함으로써 사우디 아라비아나 이란 등 주변국들과 어깨를 견주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서방 시각 일변도의 중동 및 국제뉴스 보도 타파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해 국제적 주목을 끌어왔으며 이번 중동.북아프리카 시위사태 확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 알-자지라 방송의 본거지 역시 카타르다.
외국인까지 합쳐도 인구가 200만명에 불과하고 국토 면적은 한국 경기도와 비슷
한 카타르의 향후 행보에 아랍 ‘형제국’들의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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