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21일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으로 북아프리카지역 유전의 생산 차질 장기화와 해외 원유 자산에 대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보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리비아 국영석유공사(NOC)의 쇼크리 가넴 회장은 다국적군의 공습이 시작된 지난 19일 “리비아의 하루 산유량이 평상시의 4분의 1인 40만배럴 이하로 줄었으며 원유 생산이 곧 전면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리비아에 진출한 외국기업 중 가장 큰 이탈리아 에니의 직원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리비아에 대한 다국적군의 군사행동을 승인한 직후 모두 추방된 상태다.
에니 외에 프랑스의 토탈, 오스트리아 OMV, 스페인 레프졸, 영국의 로열더치셸과 BP 등 리비아에 진출한 외국 정유사들도 이미 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원유 탐사 및 생산을 중단한 상태로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실제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지난 2일 리비아에 들어온 서방 석유기업들을 인도나 중국 기업들로 대체하겠다는 으름장을 놨다. 그는 전날 국영방송 연설에서도 "미국과 프랑스, 영국은 물론 우리와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어떤 기독교 국가에도 리비아의 석유를 내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국제 문제 연구소인 IAI인스티튜트오브인터내셔널어페어스의 알레산드로 마론 애널리스트는 “가장 큰 리스크는 리비아에 있는 외국 석유업체들의 시설이 파괴돼 이번 사태가 끝난 뒤 재가동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일부 시설은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또 다른 시설들은 리비아군에 의한 보복으로 파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 탓에 잠시 주춤했던 국제유가는 장외 전자거래에서 다시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WTI) 원유는 2.1% 오른 배럴당 103.19 달러를 기록했고, 영국 런던시장의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16 달러로 전날에 비해 1.8% 뛰었다.
존 스파키아나키스 방크사우디프란시 소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본장 거래에서도 국제유가의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국제 석유시장에는 이미 지난 한 달간 이어진 리비아 정정불안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이 반영돼 있지만, 다국적군의 공습은 실제 수요보다 투기 수요를 자극해 국제유가를 추가로 띄어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제 석유시장에서 리비아산 원유가 자취를 감춰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압둘라 알 아티야 카타르 부총리는 "리비아 사태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긴급회의를 소집할 이유는 없다"며 "리비아에서 석유생산이 전면 중단돼도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지에서 석유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급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리비아는 정정불안 사태 이전인 지난 1월 산유량이 하루 평균 159만배럴로 북아프리카지역에서 가장 많았지만, 전 세계 원유 공급량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했다.
그는 석유 재고는 아직 충분한 상태로 60일 이상분이 남아 있으며 대지진 참사로 피해를 입은 일본 정유사들의 수요 감소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티야에 따르면 지난 11일 대지진이 일본을 강타한 이후 일본에서는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 수요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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