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영빈 기자) 웅진코웨이가 내달 정수기 전문 인력인 ‘코디’ 조직을 동원한 화장품 방문 판매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정수기 전문가인 코디들을 화장품 홍보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기존 ‘정수기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고객을 유치했을 경우 각 직영점별로 지급되는 ‘수당’ 문제도 회사차원에선 골치 거리다.
웅진코웨이는 지난달 말부터 자사 방판 인력을 화장품 브랜드 ‘리엔케이’ 홍보에 대거 투입했다.
정수기 판매 인력이 화장품 샘플이나 제품 카달로그를 잠재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이를 다시 화장품 판매원에게 소개시켜 양 부문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코디는 정수기 영업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판 직원을 뜻하는 웅진코웨이만의 호칭이다. 현재 웅진코웨이 방판 인력으로 등록돼 있는 코디는 1만 3000여명으로 정수기 렌털 시장 최대 규모다.
웅진코웨이가 작년부터 모집한 화장품 판매원의 숫자는 약 3400여명. 업계 선두그룹인 아모레퍼시픽(3만 4000명)이나 LG생활건강(1만 6000명)에 크게 못 미친다. 웅진코웨이가 화장품 영업에 정수기 방판 인력을 동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업계는 이 시스템의 문제점으로 ‘전문성 부족’을 꼽는다. 정수기 판매 전문가가 화장품 홍보를 제대로 할 수 있느냐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정수기 판매 인력이 화장품을 홍보하는 것 자체가 신뢰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자칫 그동안 좋은 신뢰감을 축적해온 정수기에도 역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장품 홍보 과정에서 ‘정수기 전문가’ 이미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정수기 판매원은 화장품 샘플이나 제품 카달로그를 전달하는 수준의 홍보 업무를 할 뿐”이라며 “기존 정수기 코디로서의 정체성을 헤치면서까지 화장품 홍보 업무를 맡기지 않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수기 판매원들의 화장품 관련 영업은 단순히 홍보차원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화장품 고객 유치에 성공했을 경우 지역 직영점 차원에서 해당 정수기 판매원에게 별도의 수당을 지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별도 수당이 지급되면 정수기 판매원 입장에서도 화장품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정수기 렌털 업체의 관계자는 “직영점 별로 매출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정수기 판매원에게 직영점 입장에서는 별도 수당을 지급하며 영업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의 한 직영점이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를 보면 뷰티 플래너 모집 광고란에 “코디가 화장품 판매원에게 고객을 소개했을 경우 별도의 수당을 지급”이라고 명시해 놓고 있다.
회사측 방침과는 상관없이 직영점 별로 별도 수당을 제공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웅진코웨이측은 “수당 지급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다”며 “그런 직영점이 있다면 회사 차원에서 찾아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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