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약 실태점검]“주인 없는 공약? 대통령만이 아닌 모두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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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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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장용석·송정훈·박재홍 기자) “역대 정부는 지속적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정부도 수도권으로의 인구와 경제력 집중을 막지 못했습니다. 이대로는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력과 삶의 질 격차는 더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격차는 결국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대한민국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류국가·희망공동체 대한민국은 지방에서 시작됩니다. 하나하나 모은 약속, 꼭 지키겠습니다.”
 
 한나라당의 17대 대선 권역별 정책공약집 ‘일류국가 희망공동체’ 서문 가운데 일부다. 그러나 집권 4년차를 맞은 이명박 정부는 각 지역에 갈등만 불러온 제조기 라 불려도 할말이 없을 정도다. 4대강 사업 추진으로 낙동강과 금강을 끼고 있는 지방정부와의 갈등을 시작으로 서울 등 전국을 핵분열의 소용돌이 속으로 내몰았다.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간 대분열을 불러온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끝내 추진되지 못하고 철회됐다. 영남권은 한 목소리로 정부를 상대로 대안을 내놓으라고 따졌다. 공항 건설 무산의 책임이 있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을 향해 ‘한나라당 내란음모죄’ ‘국가를 혼란에 빠뜨린 죄’ 등을 거론하면서 사퇴의견이 터져나오는 게 여당의 민심이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게 지난 대선 당시 충남에 건설하겠다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영남권 등과 ‘쪼개’ 분산 배치하는 방안이다. 당연히 충청권은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으며 수혜지역인 영남권에서 마저 ‘과학벨트’를 분산시키면 효과가 절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분산 혜택을 받는 호남은 상대적으로 정부방침에 ‘지지’ 입장을 보내고 있지만 향후 충청-호남 간 갈등의 불씨로 작용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과학벨트 쪼개기...논란의 ‘핵’으로
 
 과학벨트 분산론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걷잡을 수 없이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의 분산론 핵심은 대전에 기초과학연구원 본부 및 중이온 가속기를 설치하고 연구단 20∼25곳을 지정해 ‘과학벨트’의 핵심거점으로 삼고 여기에 영·호남 배려 차원에서 대구와 광주에 연구단 10개 내외를 각각 지정해 과학벨트의 효과를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영·호남.충청권 ‘3각 갈등’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충남에 과학벨트를 조성하고 기초과학센터와 글로벌 기업 연구소를 유치하겠다던 공약을 신공항 무산에 따른 후폭풍을 차단키 위해 또 바꿔버린 것이다.
 
 민주당 소속 홍재형 국회부의장은 “과학벨트 쪼개기는 영남권 등을 달래기 위한 정략적 행위에 불과하다”며 “기초과학연구와 비즈니스의 융합발전을 위해선 세종시를 거점지구로 하고 대전·오송·오창을 기능지구로 묶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도 잇딴 공약 파기와 관련, “동남권 신공항 문제 등 정부가 왜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지역공약은 주인이 없다?”
 
 대선공약 성안에 참여했던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잇딴 지역공약 파기 논란에 대해 “후보 간 정책대결 수단인 중앙공약과 달리 지방공약은 ‘주인 없는’ 공약이란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가 약속했거나 검토·추진해온 사업이 우선 반영되는 데다, 당 소속 지자체장과 국회의원이 ‘정부 재정사업으로 추진해달라’며 떠넘긴 것들, 그리고 그때그때 지역에서 제기된 민원까지 “표가 된다 싶으면 쓸어 담다 보니 타당성이나 경제성을 충분히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현 정부 들어 유독 지역공약 파기 논란이 두드러진 건 “세종시나 과학벨트, 신공항처럼 다른 공약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이즈(사업비 규모)’가 큰 게 많았기 때문”이란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물론 중앙공약 가운데 폐기 또는 변경된 ‘연평균 7% 경제성장’이나 ‘한반도 대운하’ 등은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와 정치적 반대 등이 걸림돌이 됐다. 그러나 지역공약의 집행 지연과 번복은 이들 중앙공약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게 정치권의 중평이다.
 
 이에 시민과 전문가 들은 대선공약은 대통령만의 공약이 아니라고 제대로 이행할 것으로 촉구했다.
 
 현재 금융권에 종사하고 있는 이 대통령 캠프 출신 인사는 “대선공약엔 이 대통령 외에도 박근혜 전 대표 등 후보 경선에 나섰던 다른 출마자들의 공약과 당 정책위원회가 마련한 정책 등이 종합 반영돼 있다”며 “중앙이든 지역이든 당시엔 모두 ‘필요하다’고 했다. 이제 와서 무책임한 얘길 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광재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처장도 “대선공약은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라, 당이 함께 만든 것이다”면서 “선거 뒤 환경변화가 있으면 공약을 수정·보완하거나 폐기할 수 있다. 그러나 공약은 부탁이 아닌 공적 계약이란 점에서 대통령의 위약(違約) 선언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공약을 제시한 배경과 논거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국민 앞에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아울러 ‘공약 실명제’를 도입해 ‘실패’한 공약에 대해“정치권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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