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는 대량으로 물건을 제조해 수출하는 일부 대기업에만 국한될 뿐, 중소·영세기업과 서민들에게는 이 같은 공식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대기업의 수익이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중소업체들의 생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환율의 패러독스(Paradox)’다.
13일 외환당국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최근 2일간 10원60전 급등했다. 저환율 기조를 이어가던 환율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차익실현과 위험거래를 회피하려는 심리가 작용해 급등, 반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영향력이 환율방향을 뒤집을 만큼 크지 않아 저환율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과 일본 엔화 변동성을 근거로 당분간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일단 환율이 내려가면 중소·영세기업은 차치하더라도 대기업 실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입물건 가격이 싸지기 때문에 좋아 하겠지만, 대기업은 채산성이 낮아져 수익이 떨어지게 된다. 이 경우 기업은 비용절감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비용절감 노력은 일차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서민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이어 중소업체들은 결국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물건값이 싸지면서 대기업 하청이나 조달업무를 받고 있는 영세업체들의 일감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환율이 올라가면 상황은 좀 나아질까. 환율이 올라가면 중소·영세기업보다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큰 이득을 본다. 이에 따라 투자도 증가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여력도 자연스럽게 커진다.
고환율을 주장하는‘최틀러’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12일 “환율이 높으면 대기업 이익이 늘어나고 동시에 일자리도 늘어난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매출 기준 상위권을 차지한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분야에서 대부분 ‘꼴찌’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03~2008년 5년 동안 매출액과 일자리 창출 변화 추이를 살펴본 결과,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591개만 '고용 1000대 클럽’에 가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기업들은 늘어난 수익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사용하기 보다는 다시 매출을 올리는데 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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