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뉴타운] 정치권 선거용이 불씨 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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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1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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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 2002년 시범지구로 선정된 왕십리뉴타운.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은 서울 왕십리뉴타운 1구역에 대해 조합 설립과 사업시행 인가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90% 이상 철거를 마쳤지만 법원의 이번 판결로 그동안 10년간 진행된 사업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 3차 뉴타운 지역인 북아현 2구역.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은 2구역조합에 대해 설립 취소 판결을 내렸다.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서대문구청을 상대로 낸 조합설립 인가 취소 소송에서 법원이 주민들 손을 들어준 것이다.

#. 서대문 뉴타운·재개발 비상대책위 조합연대는 지난달 서대문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추진 중인 정비사업을 잠정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가재울뉴타운, 북아현뉴타운을 비롯해 개발사업이 많다보니 각종 비리가 발생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오고 있다고 비대위는 호소했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26개 뉴타운 내에 274개 구역이 지정돼 있다. 지정 당시는 '환상'을 기대했지만 9년째에 접어든 현실은 곳곳에서 문제점을 노출시키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서울지역 뉴타운사업지구 중 시범뉴타운인 은평뉴타운, 길음뉴타운만 분양을 진행했고, 2003년 말 지정된 2차 뉴타운과 2005∼2007년에 지정된 3차 뉴타운은 아직도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곳이 많다.

그러나 서울시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여전히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뉴타운을 둘러싼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정치권 욕심으로 시작된 뉴타운

뉴타운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부동산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주민들끼리 찬반을 놓고 갈등을 빚는가 하면 주민과 관(구청)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그 와중에 뇌물 등 각종 비리사건이 발생하면서 뉴타운 사업이 비리의 온상이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개발로 갈 곳이 없어진 원주민 문제도 뉴타운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실제 원주민 재정착률이 10%에 머무른다는 조사가 나오는 등 뉴타운이 주거불안을 키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뉴타운으로 대거 지정된 데는 정치권의 역할도 컸다. 부동산시장이 활황기였던 지난 2006년 총선 당시 너나할 것 없이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뉴타운은 우후죽순처럼 지정됐다.

뉴타운 사업은 2002년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강남북 간 격차 해소를 위해 노후화된 강북지역 주거시설을 탈바꿈시키기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이후 지방선거 때마다 각 기초단체장 후보들이 개발계획을 남발하면서 여의도의 8배가 넘는 규모가 뉴타운 사업 구역으로 지정됐다.

지정된 구역 중에는 건축물 노후도가 30%도 안 되는 곳이 있을 정도로 뉴타운 사업이 본래 취지가 아닌 선거용으로 전락했다. 특히 뉴타운은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변 집값까지 동반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주민 개발 기대감 해소할 수 있을까

서울시는 이미 뉴타운지구로 지정된 곳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 데다, 주민들의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경기도보다 많아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행대로라면 사업이 서둘러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업을 한꺼번에 추진하기보다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한 곳부터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휴먼타운, 도시형타운하우스 등이다. 휴먼타운은 아파트의 장점과 단독주택의 장점을 하나로 모든 것으로, 기존 저층 주거지 형태를 그대로 두고 보안이나 방범, 편의시설 등을 보완하는 사업이다.

시는 또 주택재건축 사업에 도시형타운하우스 형태로 지을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이 주거지역 단순정비보다 수익을 크게 낼 수 있는 방법을 원하고 있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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