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대국 일본, 서구 로봇 활약에 "자존심 상하네"

(아주경제 이가영 기자) 방사성 물질을 대량 방출한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안에서 미국 로봇이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로봇 대국'을 자처해온 일본이 초조해하고 있다.

도쿄신문은 20일 후쿠오카(福岡)현 무나카타()시의 로봇 제작사 'TMSUK'사가 만든 재해 구조 로봇 'T-53 원룡()'을 비롯해 일본 로봇 여러 대가 후쿠시마 원전 부근에서 투입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원전은 사람이 직접적으로 작업하기 어려운 후쿠시마 원전 현장이야말로 로봇이 활약할 곳이라고 도쿄전력에 잇따라 협조 요청을 하고 있지만 도쿄전력은 일본 로봇을 외면한 채 서구 로봇을 택하고 있다.

미국 아이로봇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다목적 작업 로봇 '파크봇' 2대가 17일부터 원자로 1, 3호기의 이중 문을 열고 들어가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사진을 찍는 등 활약하고 있다. 아이로봇사는 원자로 밖의 건물 더미 처리 등에 쓸 운반용 로봇 2대도 제공할 예정이다.

도쿄전력은 미국 제품 뿐만 아니라 조만간 프랑스제 로봇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도쿄전력이 자국 로봇을 외면하고, 서구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실전 경험' 때문이다. 파크봇의 경우 아프가니스탄 등의 분쟁 지역에서 지뢰, 폭탄 처리, 미국 동시테러의 인명 구조 등에서 활약했고, 세계적으로 3000대 이상 팔려나갔다. 이는 경험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의미다.

일본도 약 30년 전에 원전용 로봇 연구를 시작하기는 했다.

1983년 통상산업성(현 경제산업성)이 원자로 안에 들어가서 점검하는 로봇 개발에 착수해 8년을 걸려서 만들었지만 실용화되지 못했다. 당시 일본에서 자동차 등 산업용 로봇이 전성기를 맞이했고, 1990년대 후반에는 두 발로 걷는 로봇이나 애완용 로봇 등의 연구개발이 왕성해졌기 때문이다.

이후 1999년 이바라키()현 도카이무라()의 핵연료공장 JCO에서 임계사고가 일어나자 일본 정부는 약 45억엔을 들여 로봇을 개발했다. 그러나 기대한 만큼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일본은 이번 원전 사고 직후 이 로봇을 현지에 투입하려고 했지만 로봇이 무거워서 원전 구내를 돌아다니다가 가설 전원 케이블을 끊을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입시키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의 로봇 연구의 장기적인 목표가 결여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거액의 예산을 들여 로봇을 만들긴 하지만 실천적인 관점에서 문제점을 끈질기게 해결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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