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음모론'은 잠재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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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0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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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워싱턴 송지영 특파원) 미국 정부가 오사마 빈 라덴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은신처에서 확보한 영상 5점을 공개하면서 빈 라덴과 관련한 일각의 '음모론'을 잠재우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음모론 중에는 '빈 라덴은 이미 사망했다', '이번에 사살한 인물이 빈 라덴이 아니다'. '그래서 미국 정부가 사진을 공개하지도 않고, 바로 아라비아해에 수장 처리한 것이다' 등이 있었다.

살해된 사진을 공개하지 않고 현장에서 입수한 비디오 자료를 이번에 공개함으로써 이 은신처의 거주자가 빈 라덴이었다는 것은 확실해졌다. 더 이상 재론의 여지가 없다.

공개된 영상에는 빈 라덴이 마치 골방에 혼자 거주하는 힘없는 노인처럼 바닥에 담요를 두르고 앉아 리모콘으로 위성 TV 채널을 바꿔가는 모습이 나온다. 여기에 '반미 혁명 테러 집단의 괴수' 빈 라덴의 모습은 없다.

빈 라덴은 자신을 다룬 뉴스 채널을 찾고 있었다. 주요 방송들이 자신의 메시지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나머지 4개의 비디오는 지난해 10~11월 녹화된 것으로 보이며 '미국인에게 보내는 메시지' 제목으로 녹화됐다. 이 중 3개는 실제 녹화에 앞서 연습 장면을 담았다. 본 영상물에서 빈 라덴은 흰 수염을 다듬고 염색해 깔끔하게 등장한다. 앞서 TV채널을 찾던 노인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미국 정부는 이 영상물을 공개함으로써, 빈 라덴에 대한 음모론을 잠재우고, 그가 실제 이 곳에서 알카에다를 지휘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빈 라덴의 은신처가 알카에다의 지휘센터였고, 빈 라덴이 테러 계획 수립과 전술 결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작전을 놓고 파키스탄과 미국의 갈등이 깊어가고 있어 향후 대테러 작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과 관련한 두 나라의 관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더 이상 파키스탄 영토에서 이 같은 미국의 군사 작전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을 했다. 야당 대표도 '주권 상실'이라며 파키스탄 여당과 미국을 비난했다.

파키스탄 전현직 대통령은 자신들에게 제기된 '빈 라덴 비호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파키스탄은 테러리즘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또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은 자국 군부가 빈 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는 미국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아프간 전 정보국장 아므룰라 살레가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무샤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빈 라덴 은신처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론이다.

중동지역과 유럽 각지에서는 빈 라덴 사살을 놓고 대한 추종자들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어 향후 알카에다와 미국간 승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되고 있다. 빈 라덴이 살해 당시 비무장 상태였고 그의 아내가 그를 보호하려다 총상을 입었다는 사실이 전해진 데다가, 미국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그의 모습이 '촌로'와 같은 이미지를 보여 동정론이 고조된 것도 한 몫 하고 있다.

게다가 알자지라방송은 그의 은신처를 찍은 보도에서 "마치 음식물 쓰레기 등이 집안에 즐비한 '돼지우리'같은 곳에서 빈 라덴이 거주하고 있었다"고 밝혀 동정론을 일부 거들었다.

영국 등지에서는 추종자들의 시위를 규탄하고 미국의 이번 작전을 지지하는 시위가 같이 열리는 등 빈 라덴 살해 이후에도 그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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