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인사이드> 진정성 의심되는 당정의 감세논쟁

김선환 경제부 차장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감세는 MB노믹스를 상징하는 현 정부 최대의 정책공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은 정부를 추구해온 현 정부로서는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세금을 낮춰야 기업의 활력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성장의 과실을 나눌 수 있다는 그럴싸한 논리를 설파해 왔다.

당정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이 줄기차게 '부자감세'라고 비판했음에도 이에 아랑곳없이 조목조목 반박해 왔던 터다. 그런데 웬일인지 최근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단이 들고 나온 '추가감세안 철회' 요구는 이런 점에서 '생뚱맞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는 집권 초기 당정의 논리를 스스로 뒤집는 꼴이어서 적지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 간에 벌이는 감세논쟁도 그렇다. 집권여당이 과연 정부와 한 배를 타고 있는지조차 분간이 안 될 정도다. '책임정치'를 구현해야 한다는 명제와도 명백히 배치되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감세안 철회'의 배경에는 이른바 '친서민'이 자리잡고 있다.

친서민 행보를 하자는데 뭐가 잘못이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걸 나무라자는 게 아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과 한 마디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는 자세가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감세 철회 논쟁은 작금의 정파적인 위기상황을 돌파하자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여당은 감세 철회와 함께 지난해 초과세수분을 통해 거둬들인 10조원을 서민복지를 위해 쓰겠다고 약속했다. 과연 이를 곧이 곧대로 믿을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그동안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할 수 있다면 이번에 한 약속도 언제 어느 때 뒤집힐지 알 수가 없다.

사실 현 정부의 감세정책은 시작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져 있었다. 감세를 통해 더 높은 성장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이미 경제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그들만의 착각이었다. '낙수효과'가 나타나기는커녕 사회 양극화의 골이 파일대로 파여 이를 수습하기에는 이미 때늦은 감도 있다. 기실 추가 감세 철회로 인해 거둬들일 수 있는 세원도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법인세·소득세 감세를 통해 이미 99%와 60%의 감면효과를 거두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에서 추가 감세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류세 문제만 봐도 그렇다. 기업들에는 물가안정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압박해온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안팎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있다.

정유사들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석달간이긴 하지만 석유제품 인하에 동조해주었다. 8월부터는 그나마 이마저도 원위치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140 달러는 돼야 유류세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정부 방침을 고수하는 것은 세수 감소를 피해가기 위한 논리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친서민정책은 부족한 재원 마련도 충족돼야 하지만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고통분담에 나서는 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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