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총재직 '자리다툼'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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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1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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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는 유럽, 세계은행은 미국 몫' 공식 흔들<br/>유럽 기존 기득권 고수…발언권 커진 신흥국 난색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미국 뉴욕에서 성범죄 혐의로 체포돼 퇴진 위기에 놓인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후임을 둘러싸고 신흥국과 유럽지역 국가들 사이에 치열한 자리다툼이 시작됐다.

유럽이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있는 가운데 브릭스(BRICs) 국가를 필두로 최근 국제사회에서 정치·경제적 목소리를 높여 온 신흥국들은 이번 기회에 IMF 총재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칸 총재에 대한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그의 퇴진 논의는 적절치 않다면서도 만약 그가 사임할 경우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의 채무위기를 고려해 차기 총재는 유럽인이 맡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 의장도 대변인을 내세워 칸 총재가 사임하면 유럽인을 후임으로 밀겠다고 말했다.

칸 총재는 올 여름 IMF 총재직에서 물러나 내년 있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사회당 후보로 나설 것으로 점쳐졌었다.

하지만 칸 총재는 지난 14일 오후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소피텔 호텔에서 여성 종업원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되면서 위기에 몰렸고, IMF는 리더십 공백사태에 놓였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에스워 프라사드 선임 연구원은 "이(스트로스 칸의 체포)는 결국 대격전이 돼 버린 사태의 포문을 연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재 칸 총재를 대행하고 있는 존 립스키 수석 부총재는 오는 8월 퇴임할 의향이다. 이번 사태로 칸 총재의 사임이 점쳐지고 있는 만큼 후임 인선작업을 서두를 수 밖에 없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IMF 수장은 유럽이,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꼽아왔다며 칸 총재 후임도 유럽인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지난해 IMF 내 의결권 3위로 떠오른 중국을 비롯해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등 대표적인 신흥국들은 미국과 유럽이 국제금융기구 권력을 독식해왔다는 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관례대로 유럽인이 IMF 총재 자리를 이을 경우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이 꼽히고 있다. 칸 총재와 같은 국적이라는 점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남성 일색인 IMF 내에서 여성 인사를 추대하면 신흥국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게 유럽의 복심이라고 FT는 지적했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도 후보 물망에 올라 있다.

유럽 밖에서 칸 총재의 후임을 꼽는 경우에는 터키 재무장관으로 재정위기 극복을 이끈 케말 데르비스 미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이 유력시되고 있다. 그는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를 지내며 행정 경험도 두루 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ㅏ.

이밖에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 IMF 수석 부총재 출신인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 트레보 마누엘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재무장관, 몬텍 싱 알루왈리아 인도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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