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디폴트 피해갈까

  • EU, 그리스 지원 차환 방식 가닥<br/>융커-그리스 총리, 3일 긴급 회동<br/>무디스, '디폴트 가능'으로 강등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유럽연합(EU)이 그리스 사태의 해결 방안으로 '차환(롤오버·rollover)'을 시도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차환은 그리스가 새로 발행하는 채권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기존 채무를 상환받는 것으로 만기를 늘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며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고조되자 나온 차선책이다. 그리스 국채 보유자 입장에서는 원금을 재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위르겐 스타크 ECB 이사는 이날 이탈리아 신문 일솔레24오레와의 인터뷰에서 "ECB는 민간채권단이 그리스의 신규 발행 채권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기존 채무를 상환받는 차환의 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렇게 하면 디폴트나 부분적인 디폴트로 인식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신 "민간 투자자들이 그리스를 (계속) 지원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환은 민간채권단이 자발적으로 만기를 연장함으로써 채무를 부담한다는 면에서 '비엔나 이니셔티브'의 일종이다. 비엔나 이니셔티브는 2009년 ECB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등이 동유럽 금융권을 돕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비엔나 이니셔티브 아래 대형 은행들은 동유럽 국가에 실시했던 대출 등에 대해 자발적으로 만기를 연장해주고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았다.

그동안 ECB는 모든 형태의 채무조정에 대해 강경하게 반대해왔다. 반대로 독일은 민간 채권단들에 대해 그리스의 새 구제금융패키지의 부담을 일부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크가 이번에 ECB가 차환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은 그리스 지원 방안과 관련한 간극을 좁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다는 방증이다.

길 모엑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당사자가 비록 느리지만 (그리스를) 추가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쪽으로 합의를 이뤄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신 그리스가 더욱 긴축조치를 강화하고 일부 민간 채권단도 (손해를 감수하면서)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식통들은 로이터에 그리스와 EU, IMF 및 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 협상팀이 지난 4주간 계속된 그리스 재정위기 문제 해결에 대한 협상을 늦어도 3일 중으로 타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그리스 소식통은 "이들 트로이카가 그리스가 필요로 하는 단기 자금인 120억 유로를 전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EU와 IMF는 지난해 5월 그리스에 지원키로 합의한 1100억 유로 가운데 5차 인도분 120억 유로를 그리스에 전달하는 조건을 놓고 그간 밀고 당기는 협상을 해왔다.

EU는 그리스가 추가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입장이었고, IMF는 EU가 그리스의 자금 조달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 한 그리스에 지급하기로 한 구제금융의 집행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이날 무디스가 그리스의 신용 등급을 기존 'B1'에서 'Caa1'으로 3단계 하향조정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로이터는 그리스의 새 신용등급은 '디폴트 가능'의 첫 단계라는 점에 주목하고, 아르헨티나도 2001년 7월 'Caa1' 등급을 받은 후 5개월 만에 디폴트를 선언했음을 상기시켰다. 무디스는 그리스의 등급이 상황에 따라 더 떨어질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한편 유로그룹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겸 재무장관의 보좌관실은 융커가 3일 룩셈부르크에서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와 긴급 회동한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궁걷기대회_기사뷰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