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체육계는 반드시 실력으로 승부를 내야"

  • <인터뷰> 조재현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

조재현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이 부임후 젊은 예술감독등 파격인사를 단행한 배경에 대
해 말하고 있다.                                                                                                    사진=홍정수 기자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면 재킷을 걸친 그는 편해 보이는 스타일이었지만 강렬한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길게 내린 앞머리 사이로 굵고 뚜렷한 눈매가 드러났다. TV화면을 보고 있는 듯 했다. 명확한 발음, 확신에 찬 말투, 자신감이 넘쳤다. 한때 드라마 '피아노'에서 명품연기로 안방극장을 평정했던 그가 경기도 문화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어린이 전문예술축제(키즈아트페스티벌)의 판을 벌리는가 하면,' 다양한 프로그램 기획과 섭외에도 직접 나서 문화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문화의전당에서 열리는 ‘내 생애 첫 번째 콘서트’는 인터파크 티켓 예매율 1위에 올랐다. 이는 문화의전당이 1991년 6월 문을 연 이후 20년 만에 처음 겪는 ‘빅히트 공연’이다. 또 300억원 규모의 영상펀드를 조성하고 비무장지대(DMZ) 다큐영화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덕분에 경기도문화의전당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평을 얻고 있다.

조재현(46)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을 지난주 서울 대학로 동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09년 2월 경기공연영상위원회 위원장으로 경기도와 인연을 맺은 그는 지난해 7월부터는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까지 겸직하고 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내년이면 20년이 된다. 자체 직원이 70~80명이나 된다. 산하 단체로 경기도립극단, 경기도립무용단, 경기도립국악단,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팝스앙상블 등의 예술단체를 거느리고 있다.

“굉장히 복잡한 구조예요. 이 많은 단체와 각각의 특성을 가진 예술 단체, 감독들을 같이 이끌고 가야한다는 것이 어려웠어요. 더군다나 경기도문화의전당이라는 것은 수원에 있는데 수원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과 경기도 전역에 많은 혜택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일이 훨씬 더 복잡해 진거죠.”

조 이사장이 문화의전당에 와서 첫 번째로 단행한 것이 바로 파격 인사다. 그것도 실제 책임자 자리로는 경력이 많지 않은 사람을 사장자리에 오르게 한 것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이 많았다.

“너무나 무리한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았습니다. 저 사람을 제가 한 3년 동안 지켜보면서 실제로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하는 걸 봐왔습니다. 서류에 사인해주고 실적을 높이고 그런 것보다는 실제로 마음으로서 일을 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자범 지휘자가 예술감독으로 취임하게 된 것도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최근 구 예술감독의 취임 연주회는 수원에서만 하던 정기공연을 최초로 고양에서도 가져 성황리에 끝났다.

조 이사장은 “말러라는 어려운 곡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이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며 “음악사이트에 경기필 수준이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며 기분좋게 웃었다.

예술감독 고선웅 연출도 40대다. 조 이사장은 “영국에서는 극단의 예술감독이 20대 초중반인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너무 경력과 연륜에 치우쳐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파’나 ‘라인’이라는 말을 싫어한다고 했다. 아들이 쇼트트랙을 해서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질색이라는 그는 예능, 체육계는 반드시 실력으로 승부를 내야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조 이사장은 구자범 감독이나 고선웅 연출 등은 모두 라인이 없는 ‘실력파’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예술, 체육에서 파가 있다는 것이 난 굉징히 불만이예요. 정말 실력과 능력으로 이뤄져야할 곳에 줄을 잘 서야하고 그 파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전 굉장히 비판적입니다. 정치는 어떻게 보면 자기 세력이 있어야한다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조금 다른 거 같지만 문화나 예술, 체육 이쪽은 실력이 아니냐 이거죠. 그런 것에 있어서는 내가 지금 얘기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라인도 없는 사람들이에요.”

조 이사장은 이미 공연에 직접 아이디어도 여러번 내고 섭외에도 나서는 등 적극적인 참여로 정평이 나 있다. 얼마전 있었던 야식배달부 김승일씨의 공연도 그가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조 이사장은 지난해 8월 취임한 뒤 받은 급여 전액을 오는 8월 창단하는 ‘다문화자녀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악기를 구입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사진=홍정수 기자

연예인으로서 문화의전당 이사장을 겸직은 그래도 시너지 효과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남들이 제가 섭외를 잘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섭외하는 에이전시가 아니예요. 인맥도 없어요. 저 역시 똑같이 모르는 상태에서 전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뭐냐면 내가 이 일에 이 사람이 맞다고 판단하면 그것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나의 역할인거죠. 오히려 아는 배우한텐 전화를 안해요 저는. ‘지원아 키즈아츠페스티벌하는데 니가 좀 와줄래? 니네 대표한테 잘 좀 말해줘라’ 이러는 건 반칙이예요. 그렇게 하면 안되고, 실무자한테 직접 전화합니다. 마지막에 수락했을 때 고맙다고 전화하는 거죠.”

김문수 도지사로부터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 그는 “원래는 전혀 몰랐던 사람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시각 장애인들이 화장 콘테스트 같은 행사를 하려고 하는데 장소가 없었어요. 공연영상위원회 시절에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시각 장애인들이 자기는 안보이지만 남한테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취지가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그런데 그 사연을 듣고 행사를 하려고 하니까 공간이 잘 갖춰진데가 없는 거예요. 공공단체의 힘이 필요한 때였어요. 그래서 제가 같이 발 벗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첩첩산중이었다. 일을 하려고 보니 돈이 들기 시작했다. 시각 장애인들 500명과 보호자들까지 1000명을 수용할 장소, 그리고 식사를 할 장소가 필요했다. 하지만 예산이 없었다. 그래도 무작정 뛰어들었다.

“찾아가는 공연에 예산 있는 게 있었어요. 한 공연당 700~800만원 예산이 있는데 그 예산으로 시작을 한 거죠. 그리고 많은 걸 도네이션을 받았습니다. 그런 것들이 사실은 다른 산하단체에선 잘 이뤄지지 않는 일이었어요. 이런 일들을 계기로 김문수 지사를 만나게 됐고 나를 다시 보게 된 것이지 그 분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김문수 도지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내가 아는 정치인들은 굉장히 부정적인 사람이 많았어요. 그런데 김문수 도지사는 다르더군요. 작은 행사라도 와서 보면 이 분은 중간에 나가는 법이 없어요. 또 부천영화제를 하면 영화를 다보고 뒷풀이까지 하고 가요. DMZ영화제도 마찬가지예요. 비 장대같이 올때도 비 다 맞고 영화보고 뒷풀이까지 하고 가더라고요.”

1년정도 남은 임기. 그는 “임기는 생각하지 않고 일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내일 임기를 그만 두더라도 오늘까지 긍정적인 생각과 앞으로의 미래를 보는 생각들을 놓지 않을 생각입니다.”

드라마 외곽에서 뛰던 그는 이제 3년만에 안방극장에 들어올 예정이다. 지난 1월 태국에서 찍은 영화가 7,8월에 개봉하고, 곧 MBC 드라마 ‘계백’에서 의자왕으로 캐스팅돼 촬영에 들어갔다. 대학로에 극장을 건립하려는 계획도 있다. 이사장과 배우 사이, 성실과 열정으로 뭉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그의 행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재현 이사장은

△1965년 서울 △KBS 13기 공채 탤런트 △중앙대 예술대학원 공연영상학과 석사 △‘연극열전2·3’ 프로그래머 △경기공연영상위원장 겸임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제3회 보훈신춘문예 기사뷰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