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소설이라는 것은 세상이 정말 살만한 세상인지, 내가 잘 살고 있는지를 자문하기 위해 읽어야 하는 것이고 또 써야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9일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설가 김이설은 이같이 말했다.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장편 ‘나쁜 피’를 2009년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작 4편에 올리며 쟁쟁한 선배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서 크게 주목을 받았던 소설가 김이설이 두 번째 장편소설 ‘환영’을 출간했다.
동인문학상 최종심에 올라갔을 때 심사위원회에서는 “2006년 등단 이후 지금까지 소설집 한 권 묶지 않은 신예가 첫 장편으로 단숨에 동인문학상 본선에 진출했다”며 “간결하고도 긴장감 넘치는 문체로 첫 문장부터 독자를 사로잡는 솜씨가 일품”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김이설의 작품은 환상이나 꿈을 현란하게 요리하거나 내면의 세계를 난해하게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를 정면으로 파고든다. 신작 장편소설 ‘환영’은 문예계간지 ‘자음과 모음’에 분재됐던 소설이다.
가족을 위해 몸과 마음을 던져 고통스러운 현실과 치열하게 싸워나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 삶을 반추하게 하긴 힘들어요. 나보다 어렵고 힘들고 약한, 그러나 생명력은 더 강할 수 있는 인물들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누리는 자보다 힘겨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 소설의 제목은 ‘환영한다’의 '환영'을 뜻한다. 제목을 이같이 짓게 된 이유에 대해 “여지없이 해는 뜨고 끔찍한 현실이 나를 향해 어서오라고 손짓하는 장면을 연상했다”며 “여자 주인공이 일하러 가는 경계선을 지날때마다 ‘어서오세요’라는 표지판을 보면서 그 경계를 넘나드는데 그런 환영의 의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환영’은 또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는 무능력한 남편 대신 생계를 위해 젖먹이를 떼어놓고 돈을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계속해서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게 되는, 한 가족의 가장이자, 어머니이자, 여자인 윤영의 이야기다.
‘돈’ 때문에 가족과 생활과 몸을 잃어야 했던 윤영의 참혹한 현실은 소설 안에서 노골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김 작가는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말하고 싶은 거다”며 “특별한 목적이 있거나 교훈성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담론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쓰는 사람’으로 어렸을 때부터 살고 싶었다는 김 작가는 “독자에게 감정을 강요하고 싶지 않다”며 “판단은 독자의 몫이기 때문에 나는 뒤로 빠지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해피 엔딩은 촌스럽게 되기 때문에 비극이 더 쉽다는 김 작가는 “등단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날카롭게 봐야할 시기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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