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케일리법' 만들자 나선 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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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7-1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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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송지영 특파원) 자신의 두 살난 딸 '케일리'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파티맘' 케이시 앤소니(25)가 무죄로 조만간 풀려나는 것에 대해 평범한 미국 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어린이 보호단체, 인권단체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이 나서 친부모는 한 시간 안에, 보모 등 다른 보호자는 24시간 안에 아이의 실종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면 중범죄로 처벌하자는 일명 '케일리법'을 만들자고 나섰다. 앤소니가 딸이 실종된 지 한 달이 지나서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고, 처음에는 거짓말을 하다가 결국은 1급 살인죄로 기소됐지만 무죄 평결을 받은 데 대한 반발이다.

운동을 벌이는 이들은 주마다 관련 처벌 법조항이 다르고 또 제2, 제3의 앤소니가 나와서는 안된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적지 않은 친자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마약이나 알코올중독, 정신병력 등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범행을 저지른다. 그렇다고 미국 법이 이들을 앤소니처럼 무죄로 풀어주지는 않았다. 금치산자 판정을 받아 중죄를 저지르고도 죄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는 피의자들도 있지만, 미국 법은 어린이들에 대한 죄는 강하게 처벌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 사태는 '흑백 평등'이란 미국의 오래된 인권 운동도 자극하고 있다. 앤소니가 자신의 여아를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2008년, 워싱턴에서는 흑인인 배니타 잭스(36·여)이 자신의 아이 4명을 죽여 120년 징역형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잭스는 경찰에 아이들이 실종되었다는 거짓 신고도 하지 않았고, 나중에 집 안에서 아이들 사체 네 구가 발견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연히 잭스는 비싼 변호사도 사지 못했고 또 배심원들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정황상 그녀가 죽인 것이 분명했고 검찰이 제시하는 대부분의 증거가 받아들여졌다. 앤소니 사건과는 정반대로 재판이 진행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사건은 물론이고 부모에 의한 친자 살인 사건들이 있었지만 이번 일처럼 언론이 나서 뜨겁게 보도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한다. 케일리의 살아 있었을 때의 해맑은 얼굴은 평범한 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그 관심이 언론에까지 전달됐다. 잭스 사건에 대한 당시 구글 검색어 조회는 2만6000건에 불과했지만 이번 사건은 무려 7300만건이나 됐다. WP는 "이 배경에 인종차별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잭스 사건 당시 아이들의 행적이 1년이나 오리무중이었지만 이번 사건처럼 전국 언론들이 나서 돕지는 않았다. 케일리의 사체가 발견되지 전까지 수많은 언론들이 케일리를 찾자는 캠페인을 전개했고 거의 매일 사건 전개를 보도했다.

재판 진행과정을 언론에 속속들이 공개하는 플로리다 법도 크게 한 몫을 했다. 플로리다는 검찰의 혐의 제시나 증거 등을 재판 과정에서 언론에 공개한다. 많은 주들이 법정에는 방송 카메라 반입을 금지하지만 플로리다는 허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더 뜨거운 관심을 가져왔다.

여론의 반발이 심해 이번 일로 연방 의회가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USA투데이와 여론조사업체 갤럽의 전화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려 64%가 케이시 앤소니는 무죄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케일리 법' 제정 청원 온라인 운동은 시작한 지 불과 며칠 만에 100만명이 넘는 이들의 서명을 받아냈다. 실종됐다고 늦게 신고하는 것조차 중범으로 처리해야 케이시 앤소니처럼 무죄로 풀려나는 피의자가 없어진다는 평범한 부모들의 마음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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