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삼국지기행10-산시성편> 4-2 삼국연의의 새로운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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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0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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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연의를 새긴 1000m의 석각


(아주경제 홍우리 기자) 허완(河灣)촌 나씨사당과 족보를 확인한 뒤 우리가 찾아간 곳은 인근의 한 정원이었다. 산시(山西)성 관광 명소 차오자다위안(喬家大院)을 찾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틈을 비집고 주택가로 향했다. 좁지도 넓지도 않은 길 양 옆으로 군것질 거리를 파는 노점상이 즐비했다. 양 두 마리가 묶여있는 잔디밭을 돌아가니 ‘상하이(上海) 세계기네스북 등재’라는 재미있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상하이 세계기네스북에 등재된 1000m 석각 삼국연의


삼국지와 관련된 무엇이 기네스북에 등재되었을까? 호기심에 또다시 발동이 걸렸다. 매표소라기엔 초라한 컨테이너 박스를 지나 문 안으로 들어가니 검은 비석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잠시 후,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줄 관리인이 나타났다. 위안진성(袁晉生)이라고 소개하는 흰머리가 성성한 노인이었다.

1000m 석각 삼국연의를 손수 제작한 위안진성.


“이 비석들은 삼국연의 내용을 새겨놓은 것입니다. 후난(湖南) 소년 출판사에서 만든 삼국연의 그림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했죠.”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림책 서문부터 삽화와 설명이 모두 삼국연의 내용이었다.

삼국연의 그림책 내용에 따라 제작된 1000m 석각 삼국연의.


그림 책 삼국연의 내용에 따라 제작된 1000m 석각 삼국연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석은 모두 1018개. 비석 하나 당 가로 길이가 1m로, 비석 길이 합계가 약 1000m기 때문에 ‘1000m 석각 삼국연의’라고 이름 붙여졌다.
더욱 놀라웠던 점은 위안진성 본인과 부인, 부인의 남동생 등 가족 단 네 명이 직접 밑그림부터 조각까지 했다는 사실이었다. 삼국연의에 등장하는 500여명의 인물을 모두 그려 넣었고 그림 설명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이 하지 않았다.

1999년부터 전국각지를 돌아다니며 재료와 정보를 수집했고 2000년 작업에 착수, 6년여의 고생 끝에 2006년 1000m 비석이 완성되었다. 조각에 쏟아 부은 돈만 80만위안, 한화 1억4000만원이라고 한다.

조각 완성 뒤에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위안씨와 부인 류루팡(劉如芳)은 일약 치현 인기스타가 되었다. 급기야 2009년 상하이세계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나는 삼국연의를 사랑하고 나관중을 사랑합니다. 특히 치현은 나관중의 고향이죠. 의미 있는 일이 하고 싶었습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소신을 밝히는 위안씨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이 무색해졌다.
처음에는 마지못해 남편의 뜻을 따랐다는 부인 도 이제는 남편과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부창부수(夫唱婦隨)다.
“이 곳의 비석은 단순히 삼국연의 내용을 새겨놓은 것이 아닙니다. 중국 문화 유산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 또 하나의 위대한 업적입니다.”

내리쬐는 가을 햇빛 아래 반짝반짝 빛나는 것은 화려한 화강암 비석이 아닌, 나관중과 삼국연의에 대한 이 곳 주민의 사랑과 자부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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