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선거로 본 정치권 지각변동]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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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0-3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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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직선거 힘 잃고 SNS 새롭게 뜬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전문가들은 10·26 재보선 결과를 “국민들이 기존 정치권에 퇴출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정당의 조직선거 방식이 무기력했다. 기존 정치권에 불신이 강한 20∼40대를 투표소로 이끈 건 기존 정당의 독려가 아닌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였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트위터에 재보선 당일 투표 인증샷을 남겼다. 또 전날 공약도 내걸었다. “투표율이 50% 넘으면 삼각산 사모바위 위에서 웟옷 벗고 인증샷 한번 날리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계기로 일종의 ‘투표놀이’가 SNS를 타고 봇물을 이뤘다. ‘팟캐스트’ 시사방송인 ‘나는 꼼수다’팀은 “투표율 50%를 넘기면 조국 (서울대) 교수에게 망사스타킹을 신기고, 방송인 김제동의 바지를 벗기겠다. ‘나꼼수’ 콘서트를 서울에서 무료로 공연하겠다”고 파격 제안했고, 조 교수도 “스타킹...신으라면 신어야지요”라고 화답했다.
 
 유명연예인과 젊은 층에 인기있는 인사들이 이처럼 투표를 독려하면서 서울시장 보선 최종투표율은 49%에 육박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따르면 온라인 분석 시스템인 ‘스마트 쇼셜’을 활용해 지난 26일 투표시간대(오전 6시~오후 8시) 트위터의 흐름을 분석한 결과 ‘나경원’(한나라당 후보), ‘박원순’(범야권 단일후보)이 들어간 트위터에 올려진 메시지는 모두 5만7351건이었다. 시간대별로 보면 트위터가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유추할 수 있다. ‘박원순’이 들어간 메시지는 오전 내내 ‘나경원’보다 적었다.
 
 그러나 오후 들면서 역전됐다.‘박원순’은 오후 3시 521건이었지만 4시에는 2959건으로 수직상승했다. 이때 처음 ‘나경원’을 앞서기 시작해 투표 종료시간까지 이 추세를 이어갔다.
 
 윤희웅 KSOI조사분석실장은 “오전 시간대에 나 후보 지지층의 투표가 많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박 후보 지지층이 투표 참여를 적극 독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트위터상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파악할 수 있는 SNS 페이지에는 ‘투표소’ ‘투표율’ 등 선거와 관련된 단어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 보선에서 박원순 시장 측과 공지영씨, 이외수씨 등 박 시장의 멘토 세력들은 SNS를 통해 많은 지지 세력을 구축했다”며 “이들은 SNS를 통해 친구의 친구, 그리고 다시 그 친구의 친구에게까지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며 지지 세력을 넓혔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반면 한나라당의 경우는 SNS를 통한 운동을 벌였다고 하더라도 그 파급력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그냥 아는 사람에게 다시 한번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는 데 그쳤다”며 “이런 상황이면 박빙의 선거에선 상당한 격차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SNS 영향력을 설명했다.
 
 그러나 트위터 등은 글자수가 제한돼 감성만 전달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 교수는 “글자 수가 제한되다 보니 정확한 사실에 대한 이해가 전달되기보다 단지 감성만이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라며 “정치는 본래 이성적 시스템인데 이를 감성으로 접근하다 보면 정치를 단순화시킬 위험이 생겨나고, 그럴 경우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보게 돼 상대를 타협의 대상이 아닌 제거 혹은 제압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될 위험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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