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인시장 기름 떡볶이
추운 날씨에도 여덟 개 자리가 꽉 찼다. 할머니의 능숙한 손놀림을 구경하며 멀뚱히 서 있노라면 “뭐 줄까?”라는 물음이 날아온다. 빨간 떡볶이와 하얀 떡볶이를 하나씩 시키고 나자, 기름을 넣고 그 위에 미리 양념해 둔 떡볶이를 볶는다.
신기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솥뚜껑을 뒤집어 놓아 팬 대신 사용하고 있다. 조랭이떡만큼 자그마한 양념 떡이 기름 바른 솥뚜껑 위에서 춤을 추다가 금세 윤기 도는 기름 떡볶이로 변신한다. 쫄깃하고 고소한 맛을 음미하다보면, 보기엔 적어보여도 배가 금방 찬다.
통인시장을 방문하면 꼭 먹어봐야 할 것이 기름 떡볶이다. 특히 ‘원조 할머니 떡볶이(김인옥,73)’ 집은 대를 이어 30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통인시장의 명물이다. 통인시장을 지금 할머니가 ‘2대 원조할머니’인 셈이다.
기름 떡볶이를 먹고 통인시장을 둘러보니, 다른 시장과 다른 면모가 보인다. 잘 정리되어 있어 세련된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예스러운 전통의 모습도 간직하고 있다.
◆영천시장 꽈배기
처음엔 다 안 믿는다. 꽈배기 맛이 뭐가 다르냐며 오히려 면박을 준다. 하지만 영천시장 바깥쪽 코너에 자리 잡은 '달인 꽈배기(임춘식, 53)'에서 한번 꽈배기를 먹어보면 생각이 바뀐다. 맛있는 꽈배기는 다르다.
생활의 달인에도 벌써 여러 번 출연했다는 사장님 내외가 빠른 손놀림으로 반죽을 자르고 모양을 꼬아 꽈배기를 만들어낸다. 비비 꼬인 꽈배기들이 기름통에 들어가 지글지글 익는다. 금세 채로 꽈배기를 뒤집고 건지고, 보는 눈이 더 바쁘다.
이렇게 빠른 달인 사장님의 손놀림에도 꽈배기가 쌓여있을 틈이 없다. 끊임없이 손님이 방문하여 꽈배기를 사 간다. 소문난 꽈배기 맛과 4개 1,000원의 저렴한 가격 덕분인지, 개인 고객뿐만 아니라 주위 학교나 기업 등에서도 단체 주문이 많이 들어온단다.
꽈배기를 한가득 사서 걸어본다. 활기차고 생동감 있는 전통시장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 있어 걸음걸음이 즐겁다.
◆창신골목시장 매운 족발
창신시장은 창신골목시장으로도 불린다. 골목 굽이굽이 가게들이 들어 서 있다. 시장을 구경하다보면, 족발 냄새에 군침이 돈다. 이곳이 바로 창신골목시장의 매운족발 골목이다.
'옥천왕족발(백용범, 53)'은 족발 골목에서 약간 더 안쪽에 있는 맛집이다. 점포 앞 진열대에서 족발을 손질하고 굽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솥에서 금방 삶아낸 족을 건져내면 새하얀 김이 골목에 퍼진다.
앞다리 반반을 시키면, 매운 양념 족발과 일반 족발이 반반씩 나온다. 이곳의 대표메뉴인 매운 족발은 매우면서도 자꾸 먹고 싶은 맛이다. 기본으로 주는 콩나물국과 저렴한 가격에 여러 명이 먹을 수 있는 주먹밥이 매운 혀를 달래준다. 양도 푸짐하여 여러 명이 금세 배가 불렀다.
◆공덕시장 빈대떡
공덕 시장 전 골목의 시초인 ‘원조 마포할머니 빈대떡’은 창업주인 서문정애(75) 할머니가 생계를 위해 시작하다 30여 년 동안 일반 점포 5개 규모로 키워낸 가게다.
점포 밖에 진열된 수십 가지의 전과 빈대떡을 보자마자 군침이 돈다. 게다가 그 자리에서 구워내느라 풍기는 고소한 기름 냄새에 이끌려, 결국 가게에 들어섰다. 직접 전을 골라냈는데 만 원 정도밖에 안 나왔다. 그런데도 두 명이 먹기엔 푸짐한 양이다. 반찬으로 나온 상큼한 동치미는 튀김과 부침개 먹을 때 빠져서는 안 될 별미. 막걸리와 함께 맛보면 더욱 맛있다.
요즘 공부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창업주 서문정애 할머니가 가게에 들어섰다. 직접 부침개의 간을 보고, 직원들과 함께 직접 재료를 손질하기도 한다. 가게 앞에 서서 전을 사가는 손님들에게 양을 더 얹어주는 모습은 전통시장의 인심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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