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중국과 경제무역협정(ECFA) 후속협상에서 LCD품목 무관세 추진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이에 맞춰 우리 정부도 8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첫 공식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한·미 FTA의 후폭풍이 채 가시기도 전, 한·중 FTA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에 곱지 않은 시각이 있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대만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한·중 FTA 외에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2010년 기준, LCD 패널 품목은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전체 규모의 15.5%나 차지한다.
그동안 중국 LCD 시장에서는 대만이 32% 점유율을 보이며 1위인 한국(41%)의 뒤를 바짝 쫓아왔다. 그러나 2010년 중국과 대만 사이에 ECFA가 발효되면서 한국이 피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중국은 올해부터 LCD 패널을 자체 생산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중국해관 통계에 따르면, 2011년 1~11월 중국이 대만으로부터 수입한 총액 중 ECFA 조기자유화 대상 품목의 수입액이 182억7700만 달러다.
중국 시장에서 대만과 경쟁이 치열한 우리의 주 수출 품목인 전기전자, 화학, 기계, 철강 수송기계 등 5개 품목에서 이 같은 피해가 아직은 미미하지만 후속 협상이 끝나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기준, 한국과 대만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을 비교해 보면 각각 10.2%, 8.6%를 차지하는 등 경쟁구도는 더욱 명확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이유를 들어 “한·중 FTA를 통해 대만에 잠식당할 수 있는 중국시장 선점에 지금 바로 나서야 한다”며 “한·중 FTA에 몸이 닳을 대로 닳은 쪽은 중국이다"며 FTA의 조속 추진을 희망했다.
이런 연유로 일각에선 미국과의 FTA에서 걸림돌이 됐던 개성공단 역외가공 문제를 한·중 FTA 협상 테이블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한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는 상황.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중 FTA 협상에서 해결해야 할 뜨거운 감자는 개성공단 역외가공 적용 문제와 농업부문 대책이다.
개성공단 역외가공 적용 문제가 한·중 FTA에서 논의·해결될 경우 한·미 FTA까지 풀어나가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한·중 FTA 협상에서 북한과 중국 간 협력 사업이 진행 중인 나진·선봉, 황금평 경제특구 지역을 ‘역외(域外) 가공 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중국의 농업시장은 우위를 가늠할 수 있는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서 한·칠레 FTA 논의 당시 내놓은 대안을 뛰어넘는 확실한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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