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지난해 8월부터 장이 급락하는 시기를 기회로 삼아 지난해 말까지 주식을 총 10조4956억원 어치 매수했다. 하지만 기관은 대외경제상황이 지난 하반기보다 개선된 올 들어 오히려 차익실현에 나서며 주식을 6245억원 팔아치웠다. 특히 투신권이 1조6925억원을, 연기금도 8341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지수가 6개월 만에 2000포인트를 넘어섰던 전날에도 기관은 장 초반 100억원 이상을 매수했으나 2000선을 넘자마자 팔자세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상승폭이 제한된 바 있다. 그만큼 기관이 힘을 보태야 2000포인트에 안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스피가 2000포인트를 돌파하고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관(연기금)의 수급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기관이 상승세를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서는 시선이 엇갈린다. 투신권을 중심으로 기관의 매수 여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한번 정도 조정이 있어야만 매수세가 들어올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유수민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도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할 때는 주식형 펀드에서 대규모 환매 물량이 나왔다가 추가 상승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펀드로 자금이 순 유입되곤 했다”며 “코스피가 2000포인트를 돌파하면 주식형 펀드 자금이 순유입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내다봤
금융투자협회와 현대증권이 지난해 1월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입을 분석한 결과 코스피 1950~2000포인트 구간에서는 1조1000억원이 순 유입됐지만 2000~2050포인트에서는 3100억원이 순 유입되는 데 그쳤다. 그만큼 코스피 상승세가 지속되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감소하면서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기관의 매수 여력이 커질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관 투자자들이 시장에 참가하기는 쉽지 않다”며 “한번 정도 조정이 있어야만 기관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센터장은 “외국인이 8조5000억원을 매수할 때 매물을 제공했던 주체 가운데 기관도 있어, 사실상 매수 여력은 충분하다”면서도 “하지만 1900포인트에서도 기관 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냈기 때문에 2000포인트 위에서 다시 들어오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00포인트를 넘어서는 상승은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연 크레디트스위스 상무는 “국내 기관의 경우 현재 매수 여력이 낮은 상태라 증시가 2000포인트를 넘어선 현 시점에 차익실현 욕구가 나올 수 있다”며 “증시가 2000포인트를 넘었어도 아직 유동성이 예전만큼 풍부한 것도 위험요소가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라 단기 급등은 있어도 2100, 2200포인트를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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