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올 10월에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8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사이다.
일각에서는 올 10월 새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중국 내에서 태자당(太子黨·중국 공산당 혁명 원로 자제와 친인척으로 구성된 정치세력)과 퇀파이(團派·공산주의청년단 지칭. 공청단 요직을 거쳐 정계에 진출한 정치인으로 구성된 정치세력)과의 정치적 암투가 시작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 보시라이 '첩첩산중'
공산당 원로인 부친 보이보(薄一波)의 자제인 보시라이 당서기는 태자당의 핵심 멤버로 그 동안 다롄(大連)시장, 랴오닝(遼寧)성장 등을 거쳐 공산당 가입 24년만인 2004년 2월 상무부장에 오르는 등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2007년 시진핑(習近平) 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에 밀려 상무위원 진입에 실패한 후 충칭시 당서기로 '좌천'됐다. 그는 충칭시 당서기로 재임하면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중앙으로의 재기를 노려왔다.
그러나 최근 공안국장 자리에서 물러난 왕리쥔(王立軍) 충칭시 부시장이 청두(成都) 소재 미국 영사관을 찾아가 미국 관리와 면담을 가진 사건이 발생하면서 보 서기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왕 부시장은 보 서기의 오른팔로 지난 2008년 충칭시 공안국장에 발탁 돼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치안영웅’으로 명성을 떨친 인물이다.
각종 인터넷 매체에서는 왕리쥔(王立軍) 충칭시 부시장이 청두(成都) 소재 미국 영사관에 달려가 망명을 시도하려다 실패해 베이징으로 이송돼 중국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있다는 소문이 확산됐다.
이어 9일에는 왕리쥔 (王立軍) 충칭(重慶)시 부시장이 보시라이(薄熙來) 충칭 당 서기를 ‘최대 간신’이라며 공격한 서신이 반체제 사이트인 보쉰(博訊)닷컴 9일 공개됐다.
왕 부시장은 ‘전 세계에 보내는 공개 서신’이라는 제목의 글은 먼저 “세상 사람들이 이 서신을 볼 때쯤이면 나는 이미 존재하지 않거나 자유를 빼앗겼을 것”이라고 썼다.
그는 이 글에서 자신이 최근 충칭시 공안국장 자리에서 쫓겨난 것이 보 서기의 횡포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보 서기가 독단적인 리더십을 보였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보시라이 서기의 리더십이 의심받는 상황이 되면서 중국 내 여론에도 보 서기보다는 왕 부시장에게 동정을 보내는 기류도 감지된다.
실제로 9일 중국 관영 충칭일보(重慶日報)는 왕 부시장이 과거 겸직하던 공안국장 시절 3년간 범죄와의 전쟁을 벌여 눈부신 치적을 쌓았다고 여러 면을 털어 보도한 데 이어 관영 신화통신도 이를 인용해 전하는 등 '왕리쥔 띄우기'에 나섰다.
▲ 왕양‘승승장구’
보시라이 서기가 곤란한 처지에 놓인 반면 그의 라이벌인 왕양 광둥성 당서기는 최근 승승장구하고 있는 분위기다. 왕 서기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총애를 받고 있는 공청단 핵심 브레인 출신이다.
왕리쥔의 미국 영사관 망명시도설이 중국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9일 신화통신, 중궈신원왕(中國新聞網) 등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은 왕 서기가 '범죄와의 전쟁'에 나섰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궈신원왕 9일 보도에 따르면 “왕양 서기는 9일 광둥성 범죄소탕을 위한 화상회의를 열어 범죄세력 배후의 연결고리와 비호세력을 확실히 소탕해 불법행위의 온상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왕양 서기는 지난 2월부터 주로 시장독점행위, 영세상인 갈취사기 행위, 불법복제품 제조 및 판매행위, 뇌물 등의 시장 위법행위를 집중 단속해 공정한 시장환경 조성에 앞장서 온 것으로 전해졌다.
관영 언론매체들이 왕양의 범죄 소탕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보시라이의 ‘극좌파식‘ 범죄와의 전쟁 방식을 풍자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또한 왕양 서기는 지난 연말 대규모 유혈 충돌사태가 우려됐던 광둥성 루펑(陸豊)시 우칸(烏坎)촌 시위를 대화와 설득 끝에 평화적으로 해결했다.
중국에서는 매년 8만건 정도의 각종 시위가 발생하지만 대부분 강제 진압으로 종결된 만큼 이번 왕양 서기의 양보와 평화적 해결은 새로운 시위 해결 모델을 만들었다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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