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26일 한국은행과 국제금융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는 전월 말보다 2.5% 절상됐다. 같은 기간 유로화는 0.9%, 일본 엔화는 1.8% 절상에 그쳤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해 7월 1058.49원(종가 기준)까지 떨어졌다가 글로벌 재정 우려의 여파로 같은 해 10월 1150.25원으로 상승했다.
이후 지난 1월에 1144.56원으로 떨어진 원화는 이달에는 1120~1130원대의 안정적인 박스권 강세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지난 22일 오후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1달러=80엔대로 돌아왔다. 이는 일본은행(BOJ)이 환시 개입을 실시했던 작년 8월 4일 이후 6개월 반 만이며 이후 엔화는 80엔 초반을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전문가들은 최근 엔화 약세장이 지난 14일 BOJ가 발표한 10조엔 규모 추가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외환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엔화 매도-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엔화가 열흘 동안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 또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고착될 경우 국내 수출 모멘텀 약화가 우려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보편적으로 엔저(低) 현상이 지속되는 기간에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 수출품목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수출기업에 엔저 현상은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삼성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엔화 약세는 대일 무역수지 개선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수출 경쟁력 약화 및 일본 투자자금 유출, 일본인 입국자 감소 등의 부정적인 영향도 다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특히 해외투자은행을 중심으로 올해 강한 원화 강세가 전망되면서 힘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HSBC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원화의 안정적인 흐름, 한국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 등을 이유로 “올해 원화는 아시아 통화 중 가장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의 견조한 경제 펀더멘털을 높게 평가해 한국채권 순매입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엔화 약세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우리 수출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UBS증권은 “엔화 값이 내릴 만한 모든 재료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달러-엔 환율 전망치를 기존 80엔에서 85엔으로 올렸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라는 두 모멘텀 속에서 수출입기업들의 발빠른 실리추구가 필요한 국면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종목별로는 엔화 부채가 많거나 일본에서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 중심으로 단기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이점을 적절히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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