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기자) "정의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봇물을 이루다 보니 ‘정의로운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인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하지만 정의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조건에 불과하다."
이정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가 출간한 '시장은 정의로운가'는 자본주의 시장이 과연 공정하고 정의로운지 묻고 있다.
우리 사회에 ‘공정’과 ‘정의’의 열풍이 불어닥친 가운데 ‘시장과 경제의 정의’에 대해 과감히 문제의식을 던지고 해법을 담았다.
승자독식, 부당거래, 불공정으로 흔들리는 ‘시장’을 돌파할 방법은 과연 무엇인가? 왜, 더 자유로운 시장보다 더 정의로운 시장이 되어야 하는가? 상생과 승자독식, 효율과 공평, 협동과 무한경쟁, 개인의 권리와 공공의 이익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견이 난무하는 시장과 경제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
저자는 우선 합리적 손익계산에 따라 흥정하고 거래하는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이나 소득이 정당한 것인지 따진다.
그는 이에 대해 자발적 합의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의 관계, 이들의 합의가 엉뚱한 제3자에게 끼칠 불의의 피해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에서 소비자의 행태를 주도하는 선호의 성격을 규정하는 일도 간단하지는 않다. 예컨대 담배를 끊으려고 애쓰는 애연가의 진짜 선호는 흡연인지 금연인지 판가름하기 어렵다.
그러면서 마르크스가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라 정의가 아예 필요 없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킨다.
판·검사가 할 일이 없어서 바둑으로 소일하는 사회, 죄수가 없어서 교도소에서 닭과 돼지를 기르는 사회가 진정으로 정의로운 사회라는 것이다.
저자는 “사랑과 웃음이 충만한 곳에는 저울과 칼이 필요 없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누구나 어머니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다 보면 저절로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저울과 칼만 들이대는 어머니는 그런 눈물을 자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점에서 ‘행복한 가정’이라는 말은 있어도 ‘정의로운 가정’이라는 말은 없다면서 정의는 행복을 위한 하나의 조건에 불과하다고 거듭 말한다.
시장의 위력과 시장의 원리를 정의의 관점에서 풀이하고 평가한 이 책은 우리 경제와 사회를 좀 더 깊이 이해할수 있는 길잡이다.
“세계는 지금 새로운 자본주의의 새 모델을 찾고 있다.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된 바가 없다. 이 새 모델에 어떤 내용을 채워넣을 것인지는 현 자본주의 시장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 만일, 자본주의 시장이 기본적으로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한다면, 새 자본주의의 핵심 과제는 단지 시장의 뒤탈을 깔끔하게 설거지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구조적인 요인 탓으로 시장이 공정치 못하다고 한다면, 시장에 대한 대수술이 새로운 자본주의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우리는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 시장은 과연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이 책은 이 질문에 대답해보기 위한 것이다. (8p)”김영사. 324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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