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정치권, '정치인 펀드'로 지지세 결집

  • 정치참여 새 모델 각광, 모금·상환 시스템 개선 시급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대중으로부터 십시일반으로 선거비용을 지원받는 ‘정치인 펀드’를 활용해 지지세력 결집에 나서고 있다.

공무원 등 정치후원이 금지된 계층도 펀드 투자를 통해 합법적으로 특정 정치인 지원에 나설 수 있어 향후 새로운 정치참여 수단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만큼 모금 및 상환과 관련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을 경우 정치인 펀드에 대한 신뢰 하락은 물론 법정 분쟁까지 발생할 수 있어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정치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갑에서 새누리당의 최종 공천을 받은 최홍재 후보는 이날부터 오는 28일까지 온라인 P2P 금융 업체인 ‘팝펀딩’을 통해 선거비용 모금에 돌입했다.

목표 모금액은 1억5000만원으로 총선 이후 3.3%의 이율을 붙여 상환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통합진보당의 강기갑 의원도 지난 5일 같은 업체를 통해 6%의 금리로 1억8000만원 가량의 선거비용을 모금했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과 홍성규 통합진보당 후보(경기 화성갑), 엄태영 새누리당 후보(충북 제천·단양) 등도 정치인 펀드로 선거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정치인 펀드 개설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팝펀딩 관계자는 “현재 야당 후보 10여명과 펀드 개설을 협의 중”이라며 “최홍재 후보의 모금 결과에 따라 여당 후보들도 다수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정치인 펀드가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단기간 내에 선거비용을 마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경쟁 후보에게 자신의 세력을 과시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기갑 의원이 개설한 ‘강달프 펀드’에 투자한 유권자 대부분이 강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사천 주민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기갑 의원실 관계자는 “모금을 시작한 후 해당 펀드가 인터넷 포털사이드 검색어에 올라가는 등 지역구 내에 입소문이 나면서 선거 홍보 활동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공무원과 교사 등 정치후원에 제한을 받는 계층은 정치인 펀드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예전부터 지지하던 정치인이 펀드를 개설했다는 소식을 듣고 투자를 했다”며 “합법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인 만큼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선거비용은 차입금으로 충당할 수 있으며 통상의 이자를 주고 자금을 차입하는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다”며 “이는 개인 간의 사적 계약이며 기부나 후원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공무원 등도 참여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다만 모금과 상환을 원활히 하기 위한 시스템 및 관련 규정이 미흡한 것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팝펀딩과 같은 중개업체를 거칠 경우 모금과 상환이 전산시스템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일부 정치인들처럼 개인 계좌로 모금을 하게 되면 선거 후 투자자 확인 및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저조한 득표율로 낙선해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할 경우 투자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정치인 펀드 제도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법적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금리가 높은 정치인 펀드를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해 최대 한도인 1000만원씩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정치인 펀드가 투명하게 운영되려면 관련 제도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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