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시기상조'… 국내외서 줄줄이 찬밥신세

  • GM·닛산·BYD 전기차 판매 기대이하… 생산중단·감원<br/>기아 레이EV 생산 아직 시작 못해… 정부와 협상 난항<br/>김필수 대림대 교수 "연구 필요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

지난해 저속전기차 업체 CT&T가 자사 제품 '이존'이 일본서 인증을 받았다고 소개한 사진자료. 이 회사는 지금 상장폐지 실질 심사 대상이다.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1. 직장인 김모 씨(서울 송파ㆍ35)는 2010년 중순 5000만원을 CT&Tㆍ어울림엘시스ㆍ 같은 이른바 ‘전기차 테마주’에 투자했다. 100원 미만이던 주식이 열 배 이상 뛰던 때였다. 현재, 투자금 중 남은 돈은 1000만원 가량에 불과하다. 그는 “대출까지 받은 돈으로 산 주식이 대부분 휴지조각이 됐다. 투자기업 중 일부는 여전히 상한ㆍ하한가를 오르내리며 소액주주를 유혹하고 있다. 나 같은 피해자가 또다시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판매·출시에 난항을 겪고 있는 전기차들.
국내외서 차세대 친환경차로 기대를 모았던 ‘전기차’ 열기가 빠른 속도로 식고 있다. 위 사례와 같은 중소 저속전기차 업체는 물론 큰 기대를 모았던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의 전기차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미국 GM은 이달 들어 지난 2010년 말 출시한 전기차 쉐보레 볼트의 생산을 오는 19일부터 4월 23일까지 5주간 중단키로 했다. 1300명의 공장 직원은 일시 해고 상태에 놓였다. 판매 부진 때문이다. 볼트는 지난 한 해 7671대 판매에 그쳤다. 정부 보조금(약 840만원)을 포함해도 약 360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 충전 인프라 미비 등이 발목을 잡았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전기차 닛산 리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9674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2만대라는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투자한 것으로 관심을 모은 중국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490억 위안, 순이익은 14억 위안으로 반토막(-44%)났다. 그나마도 대부분 수익은 전기차가 아닌 일반 가솔린차 판매에 따른 것이었다. 전기차 판매는 거의 없었다.

국내서는 아예 시작도 못하고 있다. 올해 2500대를 양산, 관공서 및 공공기관에 납품키로 한 전기차 기아 레이EV는 아직 한 대도 생산되지 않았다.

환경부와의 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4000만원대에 공급받길 원하고 회사는 1000만원 많은 5000만원대에 납품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공급계획이 250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250억원이라는 적잖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입장차는 르노삼성 SM3 EV도 마찬가지다.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GM과 기아는 “향후 생산 일정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입모아 말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 후 볼트를 구매할 것”이라며 전기차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였다.

다만 이 같은 강조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전기차의 ‘메카’ 미국은 올 연말 대선을 치른다. 현재 야당인 공화당이 “현 정부의 전기차 정책은 실패”라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한국도 올해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치러진다. 친환경차 정책이 당장 1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ㆍ환경규제 등으로 전기차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인 건 맞지만 당장 1~2년새 상황이 변할 것 같지는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각국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친환경차 원천기술 우위 확보는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상업화를 위한 적정 가격과 충전 인프라, 내구성 등 어느 조건 하나도 만족시키는 게 없다. 시기상으론 멀었다”고 했다. 특히 국내 보급에 대해서는 “제조사는 손해 보지 않으려고 발만 담그고 있고, 정치권 역시 친환경차 전문가가 없이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있다”며 “결국 손해는 국민이 보게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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