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가격인상요인이 큰데도 총선을 앞둔 정국 등 여러 정황상 가격 인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LPG수입사와 정유사 등 공급자들은 3일 오후까지도 4월 공급가격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달 가격대로 공급이 이뤄지는 상태다. 통상 당월 가격은 전달 말 발표했었다.
LPG수입사 관계자는 “이달 공급가를 정하지 못해 사실상 동결된 상태로 거래가 되고 있다”며 “현재 가격결정을 보류해 언제 결정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달 국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전달 국제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격 인상요인이 큰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우디아람코가 정하는 국제가격은 겨울 성수기와 국제유가 폭등상황이 겹쳐 3월 프로판은 t당 1230달러, 부탄은 1180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수입사측은 “kg당 300~310원의 국내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 속에 총선을 앞둔 정국이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도 업계는 정부의 가격인상 억제 요청으로 인해 거듭 가격을 동결하면서 누적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올해 들어서도 가격인상요인의 일부만 반영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또 LPG택시 등 소비자들도 업계와 정부를 상대로 가격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말 택시 노조가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며 결의대회를 갖기도 했다. 택시의 사용연료를 LPG에서 천연가스나 디젤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추세다.
수입사 관계자는 “이달 인상률을 반영하지 못하면 500억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는 한해동안의 순익을 초과하는 수준이라 동결하면 손해가 너무 크다”면서도 “국내 LPG가격이 사상최고가를 갱신하는 등 소비자의 어려움이 커 가격인상이 능사는 아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달 국내가격에 반영되는 이달 국제가격은 프로판과 부탄 각각 t당 990달러, 995달러로 전달보다 240달러, 185달러 씩 큰 폭으로 떨어졌다. 사우디의 원유 증산과 미국 등 선진국의 비축유 방출 소식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난방수요가 감소하는 것도 작용했다.
국제가격이 하락한 것은 LPG업계의 부담을 더는 희소식이지만, 이달 가격을 정하지 못한 채 동결하게 된다면 도루묵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동결하면 손실이 쌓여 내달 인상률이 생기게 되는 셈”이라며 “그렇다고 내달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인하요인을 반영하지 않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도 세금을 인하해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LPG의 세금비율은 선진국보다 높은 편”이라며 “OECD 18개 국가 중 여섯 번째로 높아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