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저축은행, "예금 고객 달갑지 않아요"

  • 예대 역마진 심각, 수신 축소·여신 확대 주력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금융지주회사 계열로 편입된 저축은행들이 영업 초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실 저축은행 인수 당시 떠안은 예수금 잔액이 대출 잔액을 크게 웃돌아 예대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예금금리를 낮춰 예금 이탈을 유도하는 한편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영업에 박차를 가하는 등 경영 정상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8일 저축은행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대부분이 1분기에 적자를 기록했다.

신한저축은행의 경우 한국회계기준(K-GAPP) 1분기 당기순손실이 137억원으로 집계됐다. KB저축은행과 하나저축은행도 각각 79억원과 28억5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겨우 적자를 면했다.

수익구조가 악화된 이유는 지난해 부실 저축은행을 자산·부채 이전(P&A) 방식으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넘겨받은 예수금 잔액이 대출 잔액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신한저축은행은 토마토저축은행의 예수금 1조5000억원과 대출 5800억원을 인수했다. 예금을 지급해야 하는 예금 잔액이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대출 잔액보다 3배 가량 많은 셈이다.

제일저축은행을 인수한 KB저축은행은 예금 1조5000억원과 대출 4000억원을 떠안았다. 역시 예금이 대출보다 3배 이상 많다.

한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대 역마진이 심각하다보니 실적도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며 “신규 예금을 거절할 수는 없지만 예금금리를 최대한 낮춰 자금이 스스로 빠져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분간 적자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 초 흑자 전환을 목표로 경영 정상화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4.1%, KB저축은행은 4.0% 정도다. 이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판예금 금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낮은 금리를 받으며 불안한 저축은행에 돈을 맡길 이유가 없다.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은 예금과 대출 잔액 격차를 줄이기 위해 대출 영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은행 계열사의 고객기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시적인 신용등급 하락으로 은행 거래가 어려운 고객층을 상대로 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이다.

신한저축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과 거래하다가 일시적인 어려움에 빠진 고객들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들 고객층은 리스크가 높지 않아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주력하고 있지만 대출심사를 위한 전산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는대로 신용대출 판매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대출금리도 다른 저축은행보다 훨씬 낮춰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12% 수준인데 반해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은 10% 미만의 금리를 적용한다.

신용대출 금리도 10%대 초반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저축은행 평균 신용대출 금리보다 최대 1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이 현재는 고전을 하고 있지만 리스크 관리 역량과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경우 상황은 바뀔 수 있다”며 “업계의 금리인하 경쟁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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