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날 “난 동성 커플들이 결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이런 생각을 분명히 밝히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주말 조 바이든 부통령이 방송에 출연해 동성 결혼 찬성 입장을 밝힘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최근 강하게 고조됐고 이날 오바마의 입장 표명은 이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는 1990년대 일리노이 하원의원에 출마했을 때부터 공식적으로 동성 결혼을 찬성했으나, 지난 2009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부터는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기를 꺼려했다. 이에 따른 동성 커플들의 반발이 고조되어 왔다.
오바마는 “많은 국민들이 결혼에 대해 강한 전통과 종교적 믿음을 함축하고 있어 동성 결혼은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그동안 입장 표명을 꺼린 배경을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한 “난 그동안 ‘시빌 유니언(civil union, 동성 결혼의 보통 전 단계로 동거 형태지만 법적인 권리를 대부분 갖는 관계)’으로 충분하다고 여겼지만, 결론적으로 나와 아내, 두 딸이 가장 관심을 갖는 가치는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대할 것이냐였다”고 밝혔다.
‘시빌 유니언’은 결혼처럼 법적으로 인정되지는 않으면서도 유사한 권리를 갖는 제도로서 지난 2000년 버몬트 주에서 처음 사용됐다.
몇일 사이에 바이든 부통령을 시작으로 오바마 대통령까지 동성 결혼 합법화 찬성 입장을 밝히자, 갑자기 대선 정국은 동성 결혼이 큰 이슈로 부각됐다. 8일 노스캐롤라이나는 주민 투표를 통해 동성 결혼을 금지하는 주 헌법을 통과시킨 반면 콜로라도는 하원 공화당원 조차 시빌 유니언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는 6개 주와 워싱턴 DC가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반면 30개주는 결혼을 이성간에만 하는 것으로 제한하는 법률을 운영하고 있어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오바마의 이날 발표로 인권단체, 동성 커플 소수계 단체 등은 “미국 역사상 대통령이 동성 결혼 합법화를 공식적으로 찬성한 최초의 사례”라며 “인권 운동의 큰 전환점”이라고 평가하고 나섰다. 그러나 올 11월 오바마 재선 계획에 얼마나 득실이 될지는 계산이 분주하다.
가장 최근인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39%가 동성 커플 결혼을 찬성하고 있었고, 23.5%는 결혼은 아니더라도 ‘시빌 유니언’으로 권리를 허용해야 한다고 답하는 등 절대 과반수 이상의 동성 커플의 법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었다. 반면 27%는 결혼이나 ‘시빌 유니언’ 모두 허용되서는 안된다고 답해 일단 오바마의 선택을 그의 재선 가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간) 발표된 갤럽의 여론조사도 약 50%의 유권자들은 동성 결혼을 찬성했고, 48%는 반대하고 있어 찬성쪽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티파티 등 보수 단체를 필두로 공화당, 미트 롬니 후보의 정치적 공세가 심해지면, 여론 방향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동성 결혼 찬성에 따른 여파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 전략가 줄리안 엡스타인은 “여론조사를 보면 일단 오바마에게 유리하지만, 공화당은 교육 수준이 낮은 유권자들을 타깃으로 역선전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