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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대를 글로벌 전자업계로 옮겨보면 어떨까. '작다고 무시하지 말라'는 한국과 '그래도 마음만은 아직 1등'이라는 일본.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할 말이 많은 나라는 중국이 아닐까 싶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2'에 참석해 "일본은 힘이 빠졌고, 중국은 아직 멀었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 기업이 가격경쟁력과 물량공세로 세계시장을 위협하곤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 수준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전자산업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아시아 TV시장에서 지난해 1분기 35.1%로 일본에 이어 2위였던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4분기 말 47.6%로 급증하며 독보적인 1위를 구축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1분기 18.6%에서 4분기 20.3%로 점유율을 늘렸다.
중국기업이 유사제품을 내놓는 시기도 축소되고 있다. 2009년에는 삼성이 4월 LED 인터넷 TV를 출시한 이후 5개월 만에 하이센스가 LED TV 신제품을 내놨지만, 이듬해 3D TV 출시 때는 삼성이 3월, 중국 창홍이 5월로 출시 격차를 2개월로 줄였다.
연구개발(R&D) 역량을 꾸준히 축적한 결과 슈퍼컴퓨터 부문에선 201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등극했다. 규모 면에 있어서도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IT 생산액의 29%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한국(1258억 달러)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이제 중국은 한·미·일이 중심이던 전자업계에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했다. 한국이 일본에 그랬던 것처럼 4~5년 뒤에는 중국이 한국을 추월할 수도 있다. '아직 한 수 아래라고 오해하지 말라'는 중국의 경고를 무시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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