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종복 기자= 찬란했던 도시는 폐허가 됐다. 재건하기까지 흘린 땀방울을 어찌 헤아릴까. 절망보단 희망을 믿었기에 도시는 다시 옛 영광을 되찾았다. 우리의 역사와 비슷한 ‘엘베강의 피렌체’, 드레스덴 이야기다.
2차 대전 말 영국군의 공습으로 드레스덴은 도시 전체가 파괴되는 아픔을 겪었다. 꾸준한 복구 노력으로 지금은 매년 관광객 1천만 명이 찾는 문화도시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경제 거점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20년 전 독일 통일은 드레스덴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드레스덴의 디르크 힐베르트 제1부시장(경제담당)은 독일의 통일이 드레스덴이 발전하는 데 큰 힘이 됐느냐는 질문에 “기꺼이 ‘예’라고 답하겠다”며 방점을 찍었다.
힐베르트 부시장은 “드레스덴은 현재 구동독의 다른 도시들이 갖고 있지 못한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구서독과 동등한 소득, 삶의 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일 이후 많은 도시가 아직 채무율이 높은데 드레스덴은 제로가 됐고 출산율도 가장 높다”며 “생명·바이오 공학, IT 등 첨단혁신분야 연구에 대한 집중투자는 물론, 기존의 문화 환경을 꾸준히 보존·개선해온 게 지금의 드레스덴을 만든 성장 동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드레스덴처럼 폐허를 딛고 일어선 한국의 저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이 좋아 14번이나 방문했고 결혼도 한국인과 했다. 또 한국 학자와 공동연구를 추진하거나 기업과 경제협력프로젝트를 도모하기 위해 접촉을 자주 해왔다. 최근에는 수도권이면서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에서 연수 중인 ‘공감 통일비전 아카데미 지자체 리더반’과 현지시간 19일 드레스덴 내 식당에서 간담회를 가진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힐베르트 부시장은 “수원에 있는 삼성SDI와는 이미 자동차 배터리 기술에 관해 교류하기로 협의한 바 있다”며 “생명공학이나 바이오공학을 이용한 전자제품, 이천도자기, 관광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기도와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독일 통일은 그 누구도 예상 못할 정도로 단기간에 이뤄졌다. 한반도는 분단 성격이 독일보다 훨씬 복잡하다. 극단적으로 단절된 상태”라며 “변화를 위해서는 접근을 해야 하고, 이를 통해 변화를 유도하면 통일의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렬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이날 “독일의 통일과 드레스덴의 성장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우기를 원한다”며 힐베르트 부시장과 오랜 대화를 나눴다.
김 부지사는 “통일 과정에서 드레스덴이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제발전을 이뤄냈는지 배우러 왔다. 도시 중심부에 있는 폭스바겐 공장도 봤는데 모든 기술이 집약돼 있더라. 뛰어난 기술을 가진 독일이 경제 강국인 이유를 눈으로 볼 수 있었다”며 방문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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