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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하면서도 날 것 그대로의 풍경이 일품인 비진도 |
아주경제 최병일 기자= 땅위에만 길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바다 위의 국립공원인 한려수도에 걷는 길이 생겼습니다. 바다에서 걷는 길은 특별합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비진도와 매물도 등 통영 앞바다의 6개 섬에 탐방로를 개설했습니다. 이름하여 ‘한려해상 바다백리길’바다길 중에서도 비진도의 ‘산호길’은 마치 비단같은 구름위를 걷는 것만 같습니다. 바다로 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청량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해상에 펼쳐지는 푸른 여름속으로 같이 들어가 볼까요?
◆ 문필로 표현할 길 없는 비진도의 선경
통영에는 무려 562개나 되는 섬이 마치 보석처럼 박혀 있다. 천고의 세월이 만들어낸 통영 바다에는 526개의 섬들이 점점이 박혀 빛난다. 하늘과 바람과 파도는 천고의 세월을 거치며 바다 위에 천태만상의 섬들을 빚어놓았다. 통영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에 대해 시인 정지용은“그 일대의 풍경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고 했다. 통영일대의 바다를 보면 시인의 말이 결코 겸양의 표현만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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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진도 산호길 정상에서 바라본 비진도의 전경 |
통영에서 남쪽으로 30분 정지용 시인이‘만중운산(萬重雲山 구름이 첩첩이 겹쳐 덮인 산) 속의 천고절미한 호수’라고 표현한 그 뱃길을 따라 가면 비진도가 보인다. 비진도는 보는 모양에 따라서 마치 장고같기도 하고 옥같기도 하다. 안섬과 바깥섬으로 되어있는 비진도는 미인도로 불리기도 했다. 비진(びじん)은 일본어로 미인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섬에서 미인이 많이 탄생했다는 뜻이기도 하단다. 이순신 장군께서 비진도 앞바다에서 왜적과 견주어 승리를 한 보배스러운 곳이라 하여 ‘견줄 비(比)’, ‘보배 진(珍)’자를 사용하여 지었다는 말도 전해온다. 이름 풀이가 아니어도 비진도는 제대로 이름값을 한다. 외항마을 선착장에서 야트마한 구릉쪽을 넘으면 바로 산호길이 나타난다. 산호길은 이름과는 달리 제법 가파르다. 족히 40분 이상을 쉬임없이 등산하는 심정으로 올라가야 정상에 닿는다. 산호길 주변에는 구실잣밤나무, 사약의 재료로 쓰였던 천남성, 청미래덩굴, 붉나무, ‘해병대나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육박나무, 비진도가 원산지인 비진도콩 등 수많은 자생식물이 자라고 있어 가히 생태박물관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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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백사장 푸른 파도가 철렁이는 비진도 |
숨이 턱에 차서 올라서면 옆 모습이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미인바위가 교태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정상에 발을 디디면 섬의 전경과 함께 남해의 푸른 바다가 절경을 이룬다. 살랑이는 바람과 끝없이 펼쳐진 바다. 모래톱으로 연결된 두 개의 섬사이로 정감있는 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진도의 마을들은 고요하고 이국적이다. 휴가를 온 사람들조차 정적이다. 마치 호젓한 지중해를 느리게 즐기는 사람들 같다. 미인도 전망대를 지나면 선유봉, 용머리해안, 비진암, 비진도 해변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계속이어진다. 전 코스를 다 돌려면 족히 3시간은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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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도 길이 있다. 소매물도는 한려해상공원의 섬들 중에서도 풍경이 일품이다. |
◆쿠크다스의 섬 소매물도의 절경
섬에서 바다를 보는 것도 좋지만 바다에서 섬을 보는 것도 색다른 맛을 준다. 비진도에서 배를 타고 30분 정도를 가면 이미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매물도가 나온다. 매물도는 본섬인 소매물도와 소매물도, 등대도로 나누어져 있는데 우리에게는 소매물도가 더 잘알려져 있다. 소매물도가 유명해진 것은 크라운제과의‘쿠크다스’라는 과자 CF의 배경이 되면서부터다. 요즘도 연간 40만명 이상이 다녀오는 유명섬이 되었다.
선착장에서 등대섬으로 이어지는 곳에 등대길이 있다. 배에서 내려 가파른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폭풍의 언덕과 남매바위 한산 초등학교 소매물도 분교가 차례로 펼쳐진다. 하나하나가 모두 가슴에 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소매물도의 전망포인트는 망태봉(152m). 하루 두 차례 바다길이 열리는 열목개를 지나면 등대섬에 이를 수 있다.
배위에서 보는 소매물도 또한 이색적이다. 기암절벽이 위압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다가 섬 내부의 부드러운 속살을 살짝 보여준다. 소매물도 위의 하얀등대는 원래 밀수꾼들을 감시하는 일종의 초소였지만 이제는 소매물도 최고의 전망포인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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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공원 일출의 숨막히는 풍경 |
◆떨어지는 낙조가 황홀한 달아길 풍경
바다길을 돌아 마무리는 미륵도 달아길에서 하는 것이 좋다. 미래사에서 미륵산, 희망봉, 달아공원에 이르는 길이다. 통영에서도 미륵산이 있는 미륵도의 서쪽면은 다도해를 배경으로 떨어지는 일몰이 유명하다. 그중에 달아공원이 있다. 달아일몰은 통영 8경의 하나로 유명하다. 달아라는 이름은 이곳 지형이 마치 코끼리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지금은 달 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일몰시간이 다가오면 달아공원 근처는 수없이 많은 인파가 북적인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곳은 오직 한 곳이다. 떨어지는 해는 황금빛 분가루를 뿌린다. 해가 떨어지는 풍경은 자연이 주는 시각적 쾌감의 극치다. 어느덧 바다는 어둠에 몸을 맡겼다. 바다로 난 길을 따라 사람들은 집으로 향하고 바다는 떨어진 해를 쫓아 분분히 파도를 걷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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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공원에서 한 여성관람객이 노을을 촬영하고 있다. |
여행수첩
◆ 한려수도 ‘바다 100리길’
통영 앞바다의 100리길은 미륵도 달아길(14.7㎞), 한산도 역사길(12㎞), 비진도 산호길(4.8㎞), 연대도 지겟길(2.3㎞), 매물도 해품길(5.2㎞), 소매물도 등대길(3.1㎞) 등 총 6군데의 도서의 트레일 코스를 말한다. 섬마다 역사가 다르고 독특한 문화와 자연그대로의 생태관광을 즐길 수 있다.
미륵도 달아길(14.7㎞.미래사~미륵산~희망봉~달아공원)은 섬안 미륵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어 보다 편하게 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통영 8경 중 하나인 산양일주도로를 따라가면 환상적인 일몰을 자랑하는 달아공원이 있다. 아마추어에서 프로사진가 까지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낙조를 담으러 몰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한산도 역사길(12㎞.제승당~망산교~망산~진두마을)은 충무공의 유적지가 있는 곳으로하트모양의 섬 순환걷기길, 편백숲길, 추봉도 등 가족단위 관광객을 체험거리가 풍부하다. 비진도 산호길(4.8㎞.외항선착장~선유봉~외항해변)은 산길 트레킹 코스가 일품. 길은 험해도 일단 올라서면 일대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매물도 해품길(5.2㎞.당금마을~갈림길~장군봉~대항마을)도 일품이다. 해를 품은 길이라는 서정적인 이름처럼 예쁜 분교와 등산로 이국적인 초원길까지 눈 닿는 곳 모두 예술이다. 소매물도 등대길(3.1㎞.선착장~망태봉~열목개~등대섬)은 모세의 기적이 하루에 두 번 일어난다. 망태봉에는 예쁜 등대가 바다를 비춘다. 원래는 밀수감시초소였으나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연대도 지겟질(4.8㎞.외항선착장~선유봉~외항해변)은 국내 최초 탄소제로섬으로 몽돌해변과 바다를 둘러보며 걷는 코스가 아름답다.
문의 :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055)640-2400
◆ 묵을 곳
비진도에는 바다이야기(055-642-6171) 해노는섬집(055-642-9704) 더씨펜션(010-5851-3355) 등 예닐곱 개의 펜션과 민박이 해수욕장을 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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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에 그만 시원한 맛이 일품인 졸복지리 |
◆ 먹거리
졸복은 맛이 깔끔하고 시원하다. 얼큰한 해장국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그대로의 맛이 제대로 살아 있다. 수정식당(055-644-0396)은 졸복을 콩나물을 넣고 시원하게 끓인다. 식당도 넓고 깨끗한 편이라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다. 궁전횟집(055-646-5737)은 회와 함께 차려지는 곁들이 음식의 푸짐 함으로 손꼽히는 곳. 뱀장어를 양념 없이 깔끔하게 숯불에 구워 내는 동해숯불장어(055-644-3553)도 이름난 곳이다. 북통영 쪽의 대왕찜물회(055-649-9291)의 새콤달콤하게 무쳐 내는 물회도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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