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의료계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이 현재 60만명까지 늘었지만 이들 중 실제로 의사가 되는 인원은 연간 10만명가량에 불과하다고 현지매체인 CRI가 20일 전했다. 대부분의 의대생들이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있다는 소식은 중국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내 의료서비스의 질적 양적 부족현상은 고질적인 사회병폐였다. 중국의 의료시장은 아직 한의학 위주며 양의에 대한 인식도가 낮다. 게다가 사회주의 시절의 잔재가 남아있어 의사들의 처우가 높지 않다. 병원의 수는 턱없이 모자랐으며 보험제도 미비로 병원비는 비싸기 그지 없었다. 이에 리커창 부총리는 2009년 의약위생체제개혁영도소조를 구성해 조장을 맡았다. 의료개혁영도소조는 16개 부처로 구성됐으며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다. 개혁의 핵심은 의료기관 확충, 사회보장제 완비와 처우개선을 통한 의사들의 질적 업그레이드였다.
각 의료기관들마다 최첨단 장비가 들어섰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의사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또한 농촌에 병원이 대거 들어섰지만 의사들이 농촌에 가길 꺼려하는 실정이다. 영도소조로서는 이렇다할 실적을 내놓지 못했으며, 의사들의 처우개선에도 실패한 셈이다. 특히 의대생들이 의사의 길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급여수준이다. 의사의 소득은 그리 낮은 편이 아니며, 중국 특유의 촌지문화를 감안한다면 수입이 꽤 짭짤한 직업이다. 하지만 이는 일부일 뿐 상당수 의사들은 박한 생활을 하고 있는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자격증을 딴 이후 병원에서 근무하면 한달 급여가 1000위안(한화 약 17만원) 가량이다. 월세와 식비를 제외하면 손에 쥐는게 거의 없다. 10년이나 수십년앞을 내다보면 이같은 처우를 참고 의사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겠지만, 의사들 역시 결혼을 하고 주택을 구매해야 하기에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도시가 아닌 농촌병원으로 배치되는 의사들의 처지는 더욱 열악하다.
때문에 많은 의대생들이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있다. 대부분 약사나 제약업체, 교수직, 유학의 길을 떠난다. 이와 함께 의사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아 환자들과 잦은 갈등을 빚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다. 환자들은 의사들을 믿거나 존중하지 않는다. 이는 집도를 하는 의사로서 곤혹스러운 일이다. 때문에 의료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의사들의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
저급한 의사 양성시스템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의대생이 학교에서 배운 의술을 갈고 닦을 임상실습 병원이 심각하게 부족해 기본적인 의술도 갖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의대생은 “학생 수가 갑자기 늘면서 대학 측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크고 작은 병원에 학생들을 ‘밀어넣기’식으로 배정했지만 의대생을 받은 경험이 없고 의료수준이 낮은 병원에서 제대로 된 실습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리링 교수는 “의학 교육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도 실제 성과는 적은 현재의 시스템을 시급해 개선해야 한다”면서 “의대생이 졸업 후 모두 각급 병원에서 종사할 수 있도록 학생 수를 줄이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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