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양궁 지도자와 전통 육종가”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실전같은 훈련, 두터운 선수층, 풍부한 지원…”

이는 한국 양궁이 강한 이유다. 이가운데 ‘훌륭한 양궁 지도자’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양궁 종목에 출전한 40개국 가운데 지도자가 한국인인 나라는 12개국이나 된다고 한다.

로이터통신 등 해외 주요 언론은 “양궁에서 빛을 보려면 한국인 지도자는 반드시 갖춰야 할 아이템”이라고 보도할 정도로 한국브랜드 인지도는 양궁을 통해서도 높아진 듯 하다. 우리나라의 양궁기술을 외국에 전수하면서 국격을 높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처럼 농업분야에서도 국격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전통 육종가’를 통해서다.

정찬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은 “우리나라 전통 육종가의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통일벼’ 개발”이라며 “이를 통해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식량의 자급자족을 달성해 대한민국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통 육종가는 사라지고 있다. 다수성 품종개발에 참여한 전통 육종가는 1세대를 넘어 2세대가 몇 년 안에 모두 현직에서 물러나야 될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연구관은 “식량부족에 허덕이는 개도국에 우리나라 육종기술 전수를 통해 안전하고 영양과 품질이 우수한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면 양궁 지도자처럼 국격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육종 후계인력 양성은 더욱 어렵다. 현재 대학이 교수를 채용할 때 ‘학회지에 논문이 얼마나 실렸는가?’, ‘그 논문이 얼마나 응용됐나’를 주로 평가하므로 실전에 정통한 전통육종을 전공하는 교수는 설 자리가 없다.

이제라도 전국 농과대학의 전통육종 후계인력 양성과 소규모 종자업체 품종개발을 지원하는 ‘전통 육종가 마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개도국에 전통육종가를 파견해 재능기부하는 등 양궁과는 다른 의미의 국격을 높이는 희망을 잠시나마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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