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벌어진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 배심원단 대표를 맡았던 벨빈 호건(67)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배심원 평결을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삼성전자가 백지 위임장을 가지고 자국에서 활동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는 것이 미국의 배심원단이 애플의 손을 들어준 이유가 된 것이다.
이번 소송전은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해외 기업과 소비자들의 시선이 달라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이번 미국 소송전 역시 전 세계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볼 만큼 이제 한국 기업의 세계적 위상은 과거와 달라졌고, 그만큼 글로벌 기업들의 견제도 강화되고 있다.
◆ 경쟁사들 견제 압박에 ‘특허괴물’ 공격까지
국내 재계 1·2 위인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 경쟁사들로부터 ‘한국 기업 때리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에서의 이번 소송 외에도 세계 7개 국가에서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을 벌였거나 진행 중이다.
현대차에 대한 미국 시장 내 경쟁사들의 견제 역시 만만치 않다.
현대차는 지난 3월 미국 법원으로부터 오디오시스템에 대한 특허 소송과 관련해 280만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과 미국 내 판매 차량 1대당 14.5달러의 로열티 지불 판결을 받은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미국 내 판매되는 쏘나타와 벨로스터에 들어가는 차량 원격제어시스템과 관련한 소송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른바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전문기업(NPEs)’들의 공격도 국내 기업들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사들인 특허권을 기반으로 각국의 특허제도와 소송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보상금을 뜯어내는 이들 기업에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새로운 먹잇감’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특허괴물의 국내기업 상대 소송은 지난 2004년 6건에서 지난해 94건으로 급증했다.
◆ 국가 차원 견제도 확대
글로벌 경쟁사들뿐 아니라 각 국가의 정부차원에서 이뤄지는 견제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주 미국 법무부는 삼성SDI와 LG화학이 2차 전지 가격담합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이와 별도로 미국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 유럽연합(EU)에서 동시에 자동차부품 분야의 담합 의혹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대상 당사자로 언급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나 이 역시 국내업체들에 대한 국제적 영향력이 그만큼 확대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담합 의혹에 포함된 업체의 한 관계자는 “담합 소송 조사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일단 의혹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로 기업에는 부담”이라며 “특히 이런 사실들이 보도된 내용들은 특허괴물 등의 소송 빌미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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