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산 풍경구는 법화원을 중심으로 해양문화, 자연, 역사와 종교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테마 관광지다. 가이드와 풍경구를 관리하는 츠산수산그룹 관계자를 길잡이 삼아 장보고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이곳이야말로 한중간 밀접한 교류의 상징이라는 느낌이 와 닿았다.
![]() |
장보고 전기관 전경 |
![]() |
장보고 전기관에 들어서면 위풍당당한 기개의 장보고 청동상을 만날 수 있다. |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장보고 전기(傳記)관. 타국의 땅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양국 교류와 협력의 물꼬를 튼 우수한 장수이자 신분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상무역을 주도한 뛰어난 상인이었던 해상왕 장보고의 인생을 요약하듯 풀어놓은 곳이다. 전기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장보고 청동상과 마주하게 된다. 안내원은 한국의 월전 장우성(1912-2005) 화백의 장보고 영정을 바탕으로 장보고의 모습을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8m 높이의 장보고 입상을 올려보고 있자니 다부진 어깨와 결연한 의지가 가득한 표정, 어쩐지 장보고의 열정과 도전에 대한 열망, 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되는 듯했다.
![]() |
장보고 전기관 내부에 전시된 청년 장보고 밀랍인형 |
전기관 내부는 5개의 전시관과 동영상 상영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의 장보고 기념사업회가 기증한 청해진 발굴 유물 복제품, 장보고 시대의 무역선 복원 모형 등 150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각 전시관은 장보고가 당나라로 건너간 이후 당나라 우닝(武寧)군에서 공을 세워 소장까지 진급(819년)한 이후 츠산 법화원 건설, 귀국, 청해진 조성, 해적소탕 및 인신매매 근절 등 활약상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해상무역, 해상 실크로드 개척, 주변의 모함에 따라 암살되기까지 그의 전 일생과 행적을 생동감이 느껴지는 그림과 밀랍인형을 통해 고스란히 재현해 놓고 있다.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파노라마처럼 다가오는 장보고의 일생은 그야말로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투지 가득한 야심찬 삶이었다.
![]() |
한중우호를 상징하는 장보고 기념비 |
전기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중교류 및 우호를 상징하는 장보고 기념비가 서 있었다. 위화칭(于華靑) 츠산풍경구 국제 마케팅부 부장은 이 기념비는 장보고를 매개로 한 한중우호의 의미를 가장 완벽하게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중국의 해상길을 열고 양국을 잇는 교두보로 우뚝 섰던 장보고의 의지를 받들어 함께 뻗어나가겠다는 듯 두 개의 기둥이 당당한 기세로 솟아 있고 두 기둥을 잇는 고리가 양국을 하나로 묶는 끈끈한 교류와 장보고의 얼을 상징한다는 것.
이 기념비는 세계 한민족연합이 주도해 10만 달러를 츠산그룹에 투자하여 세운 것으로 기념비 정면에 '장보고 기념탑(張保皐記念塔)'이라고 쓰여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가 있어 눈길을 끈다. 타국에서 만나는 장보고와 그의 얼, 그리고 그의 영향력과 상징적 의미를 듣고 보고 또 받아들이는 과정은 그 어디에서도 쉽게 겪을 수 없는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나도 모르게 장보고를 떠올리며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고개를 들고 당당한 표정을 짓게 되는, 충만한 자부심을 이 곳 웨이하이 츠산 장보고 기념비 앞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
위 부장이 기자의 표정을 읽은 듯 다가와 장보고의 정신을 지금도 한국과 중국의 관련 기관이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츠산그룹이 한국 관련기관과 적극 협력하고 있으며 한중양국 자매도시 및 우호단체협정 체결의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지난 5월에도 '제4회 한중일 우호 해상왕 장보고 마라톤대회'가 스다오에서 열렸으며 한국인 350명, 중국, 일본인 등 총 2500여명이 참석해 화합과 우호를 다졌다고 소개했다. 또한 지리적 이점과 한국과의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양국간, 신(新)교류·관광루트 확보를 위해 츠산 관계자 50~60명이 서울-제주도-완도(청해진)- 여수로 이어지는 행사에 참여하는 등 열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통일 신라시대, 바다의 풍랑을 뚫고 해상길을 열었던 해상왕 장보고, 신라방의 신라인들에게 정신적인 지주였고 중국인들에게는 번영과 발전의 길을 열어준 선구자였던 장보고. 그의 위대함이 지금까지도 한중양국을 끈끈하게 이어주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다. 영험한 산의 기운을 받으며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니 과거 이곳에 발걸음을 했을 장보고의 태산같이 장대한 기개가 마음으로 전해져 오는 듯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