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지화 통전부장 좌천은 아들 페라리 사고때문?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상무위원 후보 중 한명으로 심심챦게 거론되던 링지화(令計劃) 전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그는 올해들어서는 중앙조직부장이나 광둥(廣東)성 서기로의 영전이 유력시됐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뜻밖에도 공산당 통일전선부장으로 이임발령이 났다. 권부의 핵심인 중앙판공청 주임의 중량감과 후진타오 주석의 평소 신임을 감안할때 사실상 좌천됐다는 평가다.

좌천의 배경으로 지난 3월18일 베이징(北京)에서 발생한 ‘페라리 사고’가 지목되고 있다. 사건당일 새벽 베이징에서 검은색 페라리 한 대가 다리 난간에 부딪혀 크게 파손됐다. 당시 20대 남성 운전자가 즉사하고 동승 여성 2명이 크게 다쳤다.

운전자의 성이 ‘자’(賈)씨로 알려지면서 중국의 권력 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의 사생아라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하지만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3일 사고 당사자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자칭린 주석의 아들이 아니라 링지화 통일선전부장의 아들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SCMP는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사고 당사자는 링 부장의 아들 링구(令谷)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사건이 링 부장 개인의 정치적 경력 뿐만아니라 청렴과 반부패 이미지를 내세웠던 후 주석에게도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대인 링구가 무슨 돈으로 500만 위안(약 8억9천만원)짜리 페라리를 샀는지를 따지기 시작하면 고위 관료의 자녀가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대중들의 인식이 사실로 굳어지면서 후 주석의 신뢰성과 명예도 함께 손상을 입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고 당시 중국 당국자들이 사고 당사자의 신원을 감추느라 애를 쓴 흔적도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베이징의 언론 소식통은 링구가 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검열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고위층에서 함구령이 내려졌다”면서 “교통사고 때문에 그 정도 고위층에서 지시가 내려온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사망 증명서에 적힌 사망자의 성도 ‘자’씨로 조작됐다. 왜 하필 ‘자’씨를 내세웠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때문에 입방아에 오른 자칭린 주석이 크게 분노하며 비밀리에 사건 조사를 지시, 사고 당사자가 링 부장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SCMP는 자 주석이 조사 보고서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에게 전달했고, 장 전 주석은 이 보고서를 쥐고 있다가 3개월 후 후 주석을 만나 내밀었다고 전했다.

이번 일을 두고 중국의 정치 분석가인 천즈밍(陳子明)은 “아무리 링 부장의 멘토인 후 주석이 애쓴다 해도 이번 일은 아직 경력이 충분치 못한 링 부장에게는 상대적으로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면서 “권력 투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에 이런 심각한 문제는 물론이고 작은 문제라도 크게 확대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일은 앞으로도 링 부장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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