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궁다오는 우리역사에서도 남의 일이 아닌 1894년 청·일 전쟁 당시 청나라의 북양해군이 최후까지 일본군에 저항하다가 패한 곳이다. 때문에 중국인들에게 이 섬은 '관광의 섬'이 아니라 수치의 역사를 되새기고 항일의 의지를 다지는 장소다. 안내판에도 한글과 중국어 영문자는 눈에 띄는데 일본어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본인들도 관광차 더러 찾았던 류궁다오에 일본어가 없다는 것은 일본의 과거 침략행위에 대한 중국인들의 분노가 그만큼 강렬하다는 것을 보여는 것 같았다. 현지 주민은 일본 얘기를 꺼내자 "제국주의 후예들이 회개는 커녕 댜오위다오를 강점하고 도발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일본은 아시아의 평화를 해치는 '깡패 국가'나 다름없다고 분개한뒤 일본이 이렇게 나오는한 지역 평화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현 국가주석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도 이곳을 찾아와 피침의 아픔을 되새겼던 적이 있다고 현지 주민은 소개했다. 장쩌민 전 주석은 류궁다오에 있는 갑오전쟁박물관에 '굴욕의 역사를 잊지말자'는 취지의 박물관 설립 기념글을 매우 비장한 톤으로 적어놔 눈길을 끌었다.
“갑오전쟁에서 패전한 굴욕적인 역사는 ‘낙후되면 곧 당하게 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960만 평방킬로미터의 영토와 300만 평방킬로미터 해양 국토의 안전은 강대한 해안 방위력으로 보장해야 한다. 역사를 교훈 삼아 해상 강철장성을 구축, 평화를 지키고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
기자에게 중국 최고 지도자의 이 문구는 마치 대일 해상 선전 포고와 같이 느껴졌다. 단순한 항일의 의지를 넘어 패전의 역사를 패권의 역사로 다시 쓰자는 결의가 담겨있는 듯했다. 이는 중국인들에게 있어 과거 일본군 피침의 역사가 그만큼 치욕스럽고 뼈아팠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주는 것이었다.
기자를 안내한 가이드는 “서양에‘역사는 반복된다’는 속담이 있다”며 “이 때문에 중국은 굴욕의 역사를 반복되지 않도록 류궁다오와 같은 애국교육기지 건설에 힘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이런 노력들이 댜오위다오 갈등 국면에서 중국인들 가슴 속에 반일의 불씨를 지핀 것이다.
1931년 만주사변을 겪은뒤 중국인들이 국치일로 여기는 9월 18일. 한달전에 만났던 웨이하이시 관계자에 전화를 해 최근 현지 관광 시장에 대한 분위기를 물었다. 그는“최근 반일시위로 웨이하이 시내의 일본 가게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며 '반일시위가 격화되면서 류궁다오에도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려는 애국 투어단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도 중국이 류궁다오를 애국기지화하고 분연히 댜오위다오사태에 대처하는데서 뭔가 시사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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