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업, 해법 없나> <상> 대형사로 확산된 줄도산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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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9-2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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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공순위 13위 '쌍용'까지 휘청.."어디든 쓰러질 수 있다"<br/>상반기 상장건설사 42% 적자…단기차익금 급증, 현금성 자산 감소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건설시장에 불어닥친 한파가 도미노처럼 건설사들을 쓰러뜨리더니 고목나무 같던 대형 건설업체들까지 흔들고 있다.

이미 시공능력 평가순위 100위 안에 포함된 건설사 중 25곳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상황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10~20위권 내 건설사들도 유동성 위기를 맞으며 하루하루 부도 위기를 모면하며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건설업계에 엄습한 위기감의 실태와 원인, 해결방안 등을 3회에 걸쳐 모색해본다.

<상> 대형사로 확산된 줄도산 공포

시공순위 13위인 쌍용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며 흔들거리고 있다. 채권단의 자금 지원으로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바람 앞에 등잔불 같은 쌍용건설의 운명에 업계는 눈을 뗄 수가 없다.

이미 한 때 시공순위 10위 안에 들던 금호건설(현재 16위)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상황에서 쌍용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놓고 업계 일각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다소 비관적인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그만큼 건설업계에 불어닥친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는 방증이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최악의 상황은 남아 있다는 불안감이 여전하다.

◆대형사도 떨고 있다

시공순위 20위권 안에 드는 A건설사는 지난 3년간 인력이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유동성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회사 인사 담당자는 "매년 10% 이상 희망 및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며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사의 경우 돈이 될 만한 것은 모두 내다 팔았다. 장전용 현금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 재무담당 임원은 "경기가 지금보다 조금만 더 나빠져도 최악의 상황에 치달을 수 있어 불안하다"며 "하루하루가 칼날 위를 걷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선 중소·중견업체뿐 아니라 대형사들도 불안감에 떨고 있다. 또 어느 회사가 쓰러질지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지난 7월 건설회사 17곳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다. 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이 11조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위원회가 건설사에 유동성 8조원을 지원키로 했지만, 건설업 자체가 불황이어서 구조조정을 일시적으로 늦추는 효과밖에 안 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미 시공순위 100위권 내 건설사 중 현재 20곳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40위권 내 건설사 중에서는 금호산업 등 2곳이 워크아웃, 벽산건설 등 4곳이 법정관리 중이다. 올해만 해도 벽산건설·풍림산업·삼환기업·남광토건 등 건설사 4곳이 줄줄이 부도를 맞거나 부도 위기에 몰려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대형사들도 외형은 커지고 있지만 순익은 줄어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을 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건설사 33곳 중 14곳(42.4%)이 순이익 적자를 냈다. 순이익을 낸 건설사는 19곳이지만 규모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업체는 8곳에 불과했다. 이들의 상반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도 5조4143억원으로 지난해 말(6조4112억원)보다 15.6% 줄어들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10위권 안에 드는 건설사들을 제외하곤 사실상 모든 업체가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보면 된다"며 "모회사가 있는 그룹 계열 건설사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고 귀띔했다.

◆건설업 구조조정 '태풍' 오나

쌍용건설은 최근 임원 50%, 직원 30%를 연말까지 감축하는 구조조정 자구책을 확정 발표했다. 이 같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은 건설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않았어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다수의 건설사들에 대해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이미 인력 구조조정이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추가로 건설업 종사자들이 거리로 내몰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실제로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이 발표한 '건설사 인력조절 현황'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 유동성 위기를 겪은 건설사 직원의 41%가 구조조정됐다. 벽산건설 250명, 풍림산업 350명, 삼부토건 110명, 남광토건 170명, 우림건설 260명, 성원건설 660명, 삼안 400명, LIG건설 210명, 우방 270명 등의 인력이 감축했다.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삼환기업도 임원 20명 전원에게서 사직서를 받았고, 매각 대상에 오른 엔지니어링사 삼안도 임직원 30%의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내수시장 먹거리 부족, 해외시장 경쟁 치열 등 건설업 불황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웬만한 건설사가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라는 인식이 위기감을 불러오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PF 등으로 인한 부실은 사업 참여자간 리스크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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