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주택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들자 건설업체들이 너도나도 아파트 사업 확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사의 경우 자회사를 만들어 문어발식 계열사 늘리기를 시도한 것도 지나쳤다는 평가다.
해외 공사의 저가 수주도 문제다. 내수시장 침체가 장기화되자 건설사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대부분 저가 수주 출혈경쟁에 혈안이다.
금융권도 이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턱대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해주고선 시장이 얼어붙자 자금회수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주거래은행이나 채권단 모두 건설사 회생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어발식 계열사 불리기
실제로 시공능력평가순위 100위 건설사 중 모회사가 없는 건설사는 20여곳에 불과하다. 뒤늦게 부도위기에 놓인 건설사를 인수한 모회사들은 건설경기 침체로 상황이 나빠지자 '꼬리 자르기'를 시도, 사회적 질타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했고, '돈 줄'이 마른 건설사들은 법정관리 수순에 들어갔다.
한솔그룹이 한솔건설의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LIG그룹도 LIG건설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진흥기업은 효성그룹에 인수됐지만 경영상황이 나빠져 결국 워크아웃으로 방향을 돌렸다. 남광토건도 대한전선그룹에 인수됐지만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시장상황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무턱대고 사업에 뛰어드는 행태가 문제를 키웠다"며 "모회사들의 책임있는 경영과 미래시장에 대한 명확한 비전 제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가 수주 경쟁에 수익성 악화 '비상'
건설업계의 수익성 저하도 부도상황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건설업계의 분기별 실적을 보면 늘어나는 매출과 달리 수익성은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건설사 33개 중 14곳(42.4%)이 올해 상반기 순손실을 기록했을 정도다. 외형은 확장되고 있지만, 실속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내수시장의 경우 부동산경기 침체로 관급공사 등의 수주물량이 줄어들자 저가 수주로 낙찰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 문제다. 저가 수주 낙찰은 추가 공사비를 발생시키고, 결국 원가율 상승으로 이어져 영업이익을 끌어내린다.
해외 플랜트·토목·건축 공사에 뛰어든 국내 건설사들의 저가 수주 경쟁도 심각한 문제다. 실제로 중동지역 공사 입찰에 참가하는 건설사 상당수가 국내 기업들로, 한 프로젝트당 2~3개사가 동시에 참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프로젝트의 경우 낙찰가격이 발주처가 제시한 예정가의 50%를 밑도는 수준"이라며 "담당자들이 회사가 정한 수주 목표에만 매달리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건설경기 침체로 금융권이 자금회수에 급급한 것도 문제다. 일부에서는 워크아웃 건설사들이 회생에는 관심이 없는 금융권 떄문에 오히려 더 부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워크아웃 상태였던 풍림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은 주채권은행과 대주단 간의 갈등 때문이었다. 풍림산업은 채권단 관리 아래서 신규사업을 강화해 빠른 시일 안에 워크아웃을 졸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자금줄을 틀어쥔 채권단 사이에서 채권 회수를 마친 금융사와 회수절차를 진행 중인 금융사 간 다툼으로 결국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우림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도 비슷한 경우다. 채권단이 3차 신규자금 지원안을 부결시킨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경남기업의 경우도 채권-대주단의 갈등이 심화됐지만 막판에 가까스로 합의를 도출했다.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는 금호산업도 채권-대주단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회생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금융기관들의 엇박자나 책임 미루기 등으로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된다면 국내 사업뿐 아니라 해외 건설 수주 시장에서도 신인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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