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연휴에 속살 드러낸 중국의 여행서비스 수준

3일 관광객으로 발디딜틈없이 빼곡히 가득한 팔달령 만리장성의 모습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 중추절과 국경절 등 8일간의 연휴기간에 중국 각지가 밀려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으며 현지의 여행서비스수준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에 중국 언론들은 서비스수준을 높이고 인파분산을 위한 시스템을 확립하자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휴관광객들은 우선 심각한 교통정체에 시달려야 했다. 신화사에 따르면 3일 저장(浙江)성의 고속도로에서는 정체 구간이 무려 60km에 달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광둥(廣東)성에서도 7시간 동안 겨우 19km밖에 주행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산당 유적지인 루산(廬山)에는 70km 넘는 구간이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한 네티즌은 "루산에 진입하기 위해 무려 4시간을 도로에서 기다리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루산 일대의 주차공간은 3000대가량이지만 무려 8000대가 몰리면서 갓길주차 등으로 교통이 마비된 게 원인이었다.

극심한 정체로 고속도로는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도로가 정체되자 운전자나 승객들이 차안에서 식사 등을 해결하고서 먹다남은 음식물이나 포장지, 휴지 등을 고속도로에 그냥 내다버린 것.

어렵사리 관광지에 도착해도 표를 사기 위해 장시간 줄을 서야 한다. 산둥(山東)성 타이산(泰山)에서는 3일 이른 아침부터 입산매표소에 긴 줄이 늘어섰다. 최소 30분은 기다려야 입장권을 살 수 있었다. 이는 그나마 행운이다. 타이산측은 이날 인파가 몰려들자 돌연 11시경 입산제한령을 내렸고 1시간30분동안 입산을 금지시켰다. 기다리다 지친 관광객들이 항의를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관광지에 들어서면 바가지요금에 절로 고개가 저어진다. 중국 누리꾼들은 웨이보(微博) 등에 장쑤(江蘇)성 관광지인 롄다오(連島)에서 볶음면 1그릇에 165위안(약 3만원)을 받는 등 상인들의 요금횡포가 심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누리꾼들은 관광지에서 바가지요금을 씌우거나 먹지도 않은 음식값을 받는 등 사기 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며 해당 음식점의 명단을 공개해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케이블카 사고도 여럿 발생해 관광객의 발을 동동 구르게 했다. 유명 관광지인 화산(華山)에선 적정수용 인원을 훨씬 넘는 인파가 몰려 케이블카를 타지 못한 관광객 1만여명이 2일 밤 산 정상에 갇히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거칠게 항의하다 급기야 화산관리위원회측과 충돌을 빚었다. 이들은 주변에 있는 차를 부수고 매표소 입구를 막는 등 소란을 피우다 진압경찰이 출동한 이후 진정을 찾았다. 장시(江西)성 싼칭(三清)산에서도 수천명의 인파가 하산하는 케이블카를 타지 못해 초가을 추위에 떨며 하루를 꼬박 새야 했다.

신경보는 논평을 통해 "장기간 휴일에 관광지마다 인파가 몰려 경치는 커녕 군중들만 보다가 돌아오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어 원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관광지들은 여행객 분산을 위한 예고경보를 발령하는 경우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각 관광지는 수용가능한 인원 이상을 받아서는 안되며 이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해 여행의 질을 높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화사는 각 여행지의 바가지요금을 꼬집으면서 “이번 연휴기간은 중국의 여행서비스가 규범적이지 않고 투박해서 수준이 아직 높지 않음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각 업계 종사자들은 자성해야 하며 정부도 나서서 여행서비스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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