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약가인하와 리베이트 논란 등 내홍을 겪으면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다국적제약사들은 국내 제약사들이 시장 지배력이 주춤한 틈을 타 본격적으로 입지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작은 지난 4월부터 시행된 약가인하가 발단이 됐다.
약가인하로 보험의약품 가격이 평균 14% 인하되면서 복제약과 오리지널약의 가격이 같아졌다.
이는 그동안 비교적 저렴한 가격정책을 강조했던 국내 제약사들이 자연스럽게 오지리널 약에 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사들도 처방 패턴 및 임상 데이터가 풍부한 오리지널 약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게 되면서, 병원에서 오리지널 위주의 처방패턴이 자리잡았다.
원외처방 조제액에서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지난 2분기 원외처방 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3% 줄어든 1조 4052억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외자사들은 6.8% 감소에 그쳤다.
다국적제약사들의 건강보험 점유율도 6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7월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약가인하 시행 직후인 올해 5월 외자사들이 챙긴 건강보험 약제비는 1604억 원으로, 전체 건강보험약제비 6601억 원의 24%를 차지했다.
국내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관련 악재에 발목을 잡힌 것이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제약사들과의 코마케팅 시도도 부쩍 늘었다.
노비티스는 녹십자와 수막구균 백신인 ‘멘비오’의 국내 마케팅·영업에 관한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유한양행은 베링거인겔하임의 고혈압치료제 ‘미카르디스정’의 국내 유통권을 확보했다.
종근당은 최근 한국로슈와 독감치료제 ‘타미플루’ 등 6개 제품에 대한 국내 독점판매 협약을 맺었다.
약가인하를 기점으로 당장의 매출보전이 시급한 국내 제약사들로서는 외자사들과의 코마케팅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유한양행·제일약품·녹십자·JW 중외제약 등 국내 매출 상위 10대 제약사들의 올 상반기 상품 매출 비율은 상당 부분 상승했다.
상품 매출은 다른 회사가 생산한 완제품을 가져다 파는 것을 말한다.
다국적제약사들은 국내 제약사들의 영업망을 통해 보다 많은 물품 판매는 물론, 홍보도 할 수 있어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약가인하가 이래저래 다국적제약사들의 배만 불려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며 국내 제약사들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케팅 방안 등을 수립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약가인하가 외자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 업계를 둘러싼 환경은 악화됐다” 며 “매출확대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방안을 수립·진행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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