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의 보고서를 통해 9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1.1% 증가했다고 밝혔다. 3개월 연속 상승세다. WSJ는 소비자 신뢰지수가 상승하면서 실물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12일 미시간대학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경기지수가 지난 2008년 경기침체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특히 소매 판매지표는 변동성이 상당히 높다. 에너지 가격 추이와 불안정한 경제기반의 영향을 받기 쉽다. 그러나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이같은 단기적 변동성을 제거했다. 게다가 최근 글로벌 경제전망이 악화됐지만 상승세를 유지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데일 이코노미스트는“대외적 환경 부진 때문에 불확실성은 남아있지만 중요한 점은 미국의 경기지표가 악화되지 않고 개선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소비시장의 활성화는 실물 경제를 개선한다. 실업률을 하락시키고 주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또한 유권자의 표심이 반영되면서 다음달 대선구도를 뒤흔드는 영향력도 지니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재동을 건 경제난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점도 이 때문이다.
소비시장의 호조를 보이면서 미국의 기업재고도 개선됐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8월 기업재고가 전월대비 0.6% 증가한 1조6000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인 0.5%를 상회한 수치다. 특히 자동차 재고가 2.7% 증가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이후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비자의 수요 확대를 예상해 기업들의 경기 기대도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이 급증하는 주문량을 채우기 위해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면서 경제 성장을 이끈다는 분석이다.
경기회복세가 연준의 경기부양책 효과라는 주장도 힘을 싣고 있다. 연준은 지난 9월 매달 400억달러의 모기지증권(NBS)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초저금리 기조를 2015년까지 연장한다고 전했다. 모기지 금리를 낮춰 주택시장을 살린다는 계획이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장은 이날 "연준의 3차 양적완화(QE3)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추후 연준이 경기부양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가계 빚이 줄어들면서 소매활동을 촉진시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실제로 미국의 가계 빚은 지난 18년래 최저치로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 따르면 2분기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빚은 113%까지 감소했다. 경기침체 전인 2007년에는 무려 134%까지 상승했었다. 신용카드 체납율도 2008년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번 소매지표의 상승은 일시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아이폰5 출시와 가스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소비판매를 이끌었다는 주장이다. 또한 50여년만의 가뭄으로 곡물 수확량이 타격을 받으면서 식료품 가격인상도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재정절벽의 우려로 인해 다가올 경제적 쇼크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부가 올해 말부터 소득세 등이 종료되면서 내년에 급격하게 재정지출을 축소, 경제에 끼치는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세금 감면 추가 연장 등 구체적인 협상은 다음달 대선 이후 진행될 예정이다. FT도 뉴욕 연준의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 지수 하락세를 상기시키며 경기회복이 더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제조업 지수가 전자기기와 가스 충전소 판매를 제외하고 0.9% 상승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이러한 주장을 일축했다. 자동차 가전제품 건축자재 등 전반적인 분야가 골고루 성장했기 때문이다. WSJ는 주택시장이 살아나면서 가정용 기기의 판매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추수감사절 등 연말 휴일이 다가오면서 소매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레스토랑 체인점을 운영하는 포사도스 관계자는 “홀리데이 시즌인 4분기 판매는 전체 세일의 35%를 차지하고 있다”며 “한 달 전부터 대규모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의 낙관적인 전망은 이어지고 있다.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장은 미국 경제성장이 내년에 3.5%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실업률은 7%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라드는 “미국의 경제성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유럽의 위기 때문에 급속도로 성장하진 못하겠지만 성장 발목을 잡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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