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공들이는 해외 ‘텃밭’ 따로 있네

  • 인지도·신뢰도 상승, 지속 수주 도움<br/>신 성장동력 지역 찾기 경쟁도 치열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국내 건설경기 침체 속에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해외진출 러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자국 업체간 경쟁에 따른 출혈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공사 프로젝트 하나를 따내기 위해 국내 여러 업체가 동시에 달려붙다보니 '제살 깎아먹기'식 저가수주 경쟁을 벌이는 등 부작용이 만만찮은 것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국내 건설사 각자가 '찜해놓은' 텃밭은 있게 마련이다. 수십 년 동안 해외에서 활약해오던 대형 건설사들은 이미 다져온 인지도를 바탕으로 중점 지역에서 안정적인 수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다른 업체보다 비교적 빨리 진출한 국가가 중점 공략지역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수주한 첫 공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발주처로부터 인정을 받아 지속적으로 연계된 공사를 따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007년 이후 해외 20개 국가에서 100건의 공사를 신규수주했다. 이 중 싱가포르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각각 21건, 20건으로 가장 많았다.

대림산업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를 가장 많이 따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한 이후 발주처인 국영회사 아람코와 신뢰가 쌓인 게 이후 잇단 수주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같은 기간 21개국에서 64건의 프로젝트를 새로 따냈다. 싱가포르가 역시 20건으로 가장 많다.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건에 그친 반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수주가 15건에 달한다. 이 회사는 UAE에서 원전공사 수주뿐 아니라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를 준공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반면 GS건설은 중동지역 수주 비중이 적은 편이다. 수주를 가장 많이 한 곳이 UAE 7건이다. 대신 베트남(10건)과 오만(6건) 등 아시아지역 수주가 많다. GS건설은 동남아지역에서 다양한 토목·건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신뢰도를 쌓아왔다.

대우건설은 아프리카의 비중이 높다. 지난 5년간 나이지리아(14건)와 리비아(9건), 알제리(7건), 모로코(2건)에서 32건을 따냈다.

특히 나이지리아는 대우건설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지역이다. 지난 1974년 이후 나이지리아에서 국내 업체가 따낸 공사는 총 83건(92억9525만 달러)에 달한다. 이 중 대우건설은 절반이 훨씬 넘는 53건을 수주했다.

포스코건설은 중국에서 64건, 베트남에서만 39건의 공사를 수주했다. 칠레(6건)·멕시코(3건)·페루(2건) 등 중남미지역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에는 철강 관련 사업, 베트남에서는 스플랜도라 신도시 사업 등을 진행하며 인지도를 높여 추가 수주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존 지역에서도 업체간 경쟁은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탄탄한 정보망과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신(新)성장동력을 삼기 위한 블루오션 지역을 찾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나이지리아나 중동에 사업이 몰렸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북아프리카와 동남아 쪽으로 진출지역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까지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은 첫발을 디딘 동남아·중남미 등을 '포커스 국가군'으로 분류해 전략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브라질·아프리카 등을 '인큐베이터 국가군'으로 정하고 집중 육성해나갈 방침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강세를 보여왔던 대림산업은 필리핀 등 동남아지역으로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또 해상 특수교량이나 정유플랜트 등에도 진출해 지역·공종 다변화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10여년 전인 2001년에만 해도 중동과 아시아를 제외한 지역의 수주 비중은 8.1%에 불과했지만 올 들어서는 17.2%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텃밭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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