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8월 예고한 '개성공단 세금 규정 시행세칙'에 의거, 세금신고 누락 시 최고 200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리겠다는 규정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남북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투자환경 악화 등으로 개성공단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18일 "남북간 합의 정신에 따르면 개성공단지구 시행세칙은 반드시 협의하에 처리해야 한다"며 "이는 남북간 투자안정보장 합의에도 어긋나며, 어떤 상위법에도 없는 무리한 요구이기 대문에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북측에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한다는 방침이다.
◆북,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세금 폭탄 부과
통일부 등에 따르면 북측은 지난 8월 마련한 '세금 규정 시행세칙'을 최근 시행, 전체 123개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19개사에 세금을 부과했다.
이번 '세금 폭탄'의 근거는 북측이 지난 8월 일방적으로 개정한 '세금 규정 시행세칙'이다.
이 개정 세칙에는 △입주기업 회계조작시 조작액의 200배에 달하는 벌금 부과 △소급과세 폐지 및 최고 8년까지 소급 △원부자재 구매 증빙 서류, 원가분석 자료 등 자료제출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집단반발했지만 북측은 수용하지 않으면 물품 반출·입이나 공단 출입을 제한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측은 건강·결혼 등의 이유로 퇴직하는 북측 근로자에 대해서도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측이 일방적으로 시행세칙을 시행한 데다, 규정 자체도 법률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입장이다. 200배 벌금 규정은 상위법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불합리한 조항이라는 지적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시행세칙 제·개정은 북측 고유권한이지만, 우리 업체와 관련된 것이므로 그동안 남북이 협의해서 정해 왔다"며 "북한의 일방적 세칙 시행은 절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북측과 이 문제에 대해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입주기업 4개사가 16만 달러의 기업소득세를 북측에 낸 적은 있지만 이번에는 북측이 자체 추산으로 일방적으로 부과했다는 점에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세금 폭탄 목적은 달러 확보
북측은 앞으로 나머지 기업들에 대해서도 언제든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세금 부과 외에도 원가분석, 구매 증빙, 남측 본사와의 거래계약서 등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있으며, 세금 납부와 서류 제출을 하지 않으면 물품 반출·입이나 공단 출입을 제한하겠다고 압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입주기업들에 세금세칙 등 규정을 지킬 수 없으면 나가라고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입주기업의 북측 직장장들은 자진해서 그만두는 북측 근로자에 대해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에는 입주기업이 강제로 퇴직시키는 경우에 한해서만 퇴직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대한 압박은 달러가 궁한 북한의 전방위적 달러 확보 차원인 것이란 평가다.
핵문제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강조한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 등으로 달러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2004년부터 본격적인 생산활동을 시작한 입주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북측의 불신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4년부터 올해 7월까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임금 누적총액(임금 및 사회보험료 포함)은 2억4570만 달러로 집계됐다.
◆속수무책 정부
정부는 그러나 북측의 '세금 폭탄'에도 속수무책이다.
입주기업 대표들의 모임인 기업책임자회의 관계자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측의 일방적 세금 부과로 경영 악화가 불가피하고, 자료 제출 요구는 경영권 침해 수준이라는 것이다.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북측에 부당성을 호소하는 한편, 북측 세무당국 관계자에게 "앞으로 투자 유치가 어렵다"고 직접 항의했다. 하지만 북측은 요지부동이다.
특히 세금 규정 시행세칙은 북측의 자체 법령권에 해당해 북측이 입주기업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북측 기관인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파견된 우리측 인원들을 통해 북측을 설득하고 있다.
북측은 현 남측 당국과는 상종하지 않겠다는 방침에 따라 세금 규정 시행세칙과 관련해서도 남측 당국자들과의 접촉을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북측으로부터 세금을 부과받은 입주기업과 실제 세금을 낸 기업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해 비판을 받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