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국은행은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저축은행의 대규모 부실화 이면에는 예금자보호제도 하에서 낮은 비용으로 손쉽게 자금조달을 할 수 있었던 제도적인 문제점이 자리잡고 있었다"면서 "이 제도가 소액예금자 보호,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Bank run) 확산 방지 등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예금자로 하여금 저축은행 감시 유인을 낮추고 저축은행의 고위험 투자행위를 유발시켜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예금 전액이 보호되는 5000만원 이하 예금자의 경우 부실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금리 수준이 높은 저축은행을 선택하는 반면, 5000만원 이상 예금자는 금리 수준보다는 부실위험을 고려해 저축은행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영업정지된 20개 저축은행의 경우 정기 예금금리가 5.9%로 정상 저축은행(5.5%)에 비해 높았으며, 5000만원 이하 예금 비중도 93%로 정상 저축은행(86%)보다 컸다.
보고서는 "부실위험이 높은 저축은행일수록 조달금리가 높기 때문에 고수익·고위험 자산으로 운용할 유인이 높다"며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경우 대부분 예금이 예금보호대상이 5000만원 이하로 구성돼 있어 뱅크런에 대한 우려 없이 고위험 추구 행태를 지속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보고서는 저축은행이 부담하는 예금보험료가 저축은행의 도산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책정되고 있는 점도 저축은행이 고위험 행태를 나타낸 원인으로 꼽았다. 현재 모든 저축은행에 동일한 보험료율이 적용돼, 제도적으로 이를 용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는 "저축은행의 대규모 부실화가 예금보험기금의 건전성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금보험기금은 은행, 보험, 증권, 저축은행 계정으로 구분 계리되고 있다. 저축은행 계정(2011년 설치된 구조조정 특별계정 포함)은 2003~2011년중 누적 적자규모가 14조6000억원에 달한다. 여타 금융권 계정의 누적 흑자 9조4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추가 부실화가 발생할 경우 예보기금의 저축은행계정 차입액(지난해 기준 14조8000억원)은 외부지원없이 정상적 상환이 어려워질 수 있어 예금자보호기능의 정상적 수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손실액을 정리하고, 저축은행계정을 별도의 예금보험기금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예금보험한도를 새롭게 책정해 예금자들의 책임을 늘리고, 2014년 도입 예정인 차등보험료율 제도에 대해 차등화폭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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