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등골 책가방'…학부모는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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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1-0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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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닥스키즈 신제품 가방>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 서울 사당동에 사는 주부 권순영(35)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의 책가방을 사러 백화점에 들렀다 깜짝 놀랐다. 맘에 드는 책가방과 신발주머니를 합친 가격이 20만원에 육박했기 때문.

권 씨가 구입을 망설이자 점원은 "다른 아이들도 대부분 20만원대 제품을 사갔다"며 "막상 학교에 가면 비교되기 때문에 처음에 저렴한 제품을 사도 결국은 다시 와서 브랜드 제품을 사간다"고 말했다.

아동용 책가방이 '등골 브레이커' 리스트에 올랐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출시한 아동용 가방 가격 대부분이 10만원대 후반에서 20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여론의 뭇매로 업체마다 10~20%가량 낮췄지만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다.

업계 선두인 휠라코리아가 내놓은 주력 상품 '2013 TF 오토봇 시리즈'의 경우, 가방 가격만 11만500원이다. 신발주머니까지 합치면 15만원을 훌쩍 넘는다.

코오롱FnC 브랜드인 헤드에서 판매하는 아동용 책가방은 11만9000~14만9000원이다. 르꼬끄 스포르티브 제품은 13만~16만원 선이다.

아동복 브랜드 제품은 더 비싸다.

빈폴키즈의 주력 상품은 대부분 12만5000~14만5000원이다. 닥스키즈 역시 20~25만원대 제품이 대다수다.

백화점 매장에서 만난 주부 박정린(37)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에게 마트 가방을 사주기 미안해 백화점에 들렀는데 생각보다 너무 비싸다"며 "그래도 내 아이가 주눅들까 걱정돼 18만원대 제품을 샀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업체들은 라인별로 제품 가격을 다양화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문제는 가방이 신학기 모든 아동이 구매하는 상품이라는 점이다. 맞벌이와 한 자녀 가정이 증가하면서 집안 형편과 관계없이 고가 제품을 사주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백화점 매장 점원은 "초등학교 입학식에 가면 대부분 아이들이 브랜드 가방을 메고 있다"며 "1학년때는 학부모들이 은근히 비교를 하기 때문에 선뜻 아무 제품이나 사주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업계는 현재 초등학생 가방 시장을 연 2000억~3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이들 수가 감소해도 교체 시기가 잦고, 제품 단가가 오르다보니 시장이 성장하는 것이다.

휠라코리아를 비롯해 르까프·아디다스, 케이스위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와 빈폴키즈와 닥스키즈, 타미힐피거칠드런을 비롯한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저학년용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신학기 책가방은 마트 책가방 판촉전 영향도 받지 않는 불황 무풍지대"라며 "해마다 연초가 되면 신규 진출 업체와 기존업체 간의 신경전이 치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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