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재벌정책 가늠자 김승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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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1-11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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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 산업부장 겸 부국장


아주경제 조영훈 기자=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를 책임질 인수위원회 인선이 모두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정책 조율이 시작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쌍끌이 경제'를 표방한 박 당선인의 모토에 맞게 벌써부터 중소기업 및 중소상공인을 위한 각종 대책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MB정부의 경제정책 무게중심이 '대기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균형을 잡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면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서는 이 같은 무게중심 잡기가 자칫 '대기업' 소외로 연결될 소지가 있어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외형상 새 정부 출범과 직접 연관은 없어 보이지만 생사의 기로에 서 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8일 구속 5개월 만에 구속 집행정지로 신병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해에 신청했던 보석은 5일에도 기각된 바 있다.
지난 1년 동안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대선정국에서 '경제민주화' 논의는 반재벌 정서라는 그림자를 남겼다. 김 회장이 '경제민주화'의 희생양이라는 동정론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997년 빙그레의 써클케이(편의점업체)와 콜럼버스(물류업체)에 대한 지급보증을 한화그룹이 넘겨받는 과정에서 김 회장의 지시가 있었느냐를 놓고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IMF 외환위기 과정에서 협력업체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고, 사안에 대한 판단도 실무선에서 이뤄졌다는 게 한화 측의 항변이다.
법조계 일각에서 "배임죄는 개인 이익을 챙기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쳐야 성립되는데, 검찰이 위험성만으로 배임을 주장한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비판론이 제기된다는 점도 이 같은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빠르면 3월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항소심 결심판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법원의 최종 판결을 보면 새 정부가 추진하는 '대·중소기업 쌍끌이 경제'가 성공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해법으로 지나치게 높아진 수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대명제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수출을 줄여 내수를 살리는 방법으로는 경제성장률도 높일 수 없고 일자리도 늘릴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올해 정부 예산에서 박 당선인이 각종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당장 필요로 하는 예산은 3조원 정도. 삼성전자 한 기업이 지난해 사상 최대인 30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함에 따라 올해 내야 할 법인세는 약 7조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법인세 납부액은 3조4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3조원 이상이 늘어났다. 경제활동인구 1000만명이 3조원의 세금을 나눠 낸다고 가정하면 1인당 30만원 정도를 소득세로 더 내야 한다.
대기업이 경제 살리기에 발벗고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추가로 확보된 대기업 부문의 세원으로 중소기업과 중소상공인을 살리는 정책에 집중 투입하는 전략이 타당하다는 얘기다.
김 회장의 항소심 판결에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사건이 박근혜 정부의 재벌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시험지라고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0월 이후 전혀 새로운 차원의 사회공헌과 기부활동을 시작됐다. 전국에 걸쳐 1만명의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참여형 사업을 시작한 것. 고졸 출신 채용에 가장 적극적이고 대졸과의 차별 없애기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도 한화그룹이다. SK그룹 역시 '따로또같이 3.0' 경영을 본격화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고히 하고 있다. 재계가 당선인의 정책에 기꺼이 협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얘기다.
박 당선인이 '경제민주화' 논의 과정에서 발생한 반재벌 정서를 잠재우고 국민통합을 이끌어내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진정한 '상생'을 위해서도 '대기업이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이번 정부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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