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연제협은 최근 음원차트를 장악한 '무한도전'의 음원과 관련해 회의를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연예계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무한도전' 음원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회의까지 연 것은 사태가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현재 '무한도전'이 발표한 정형돈의 '강북스타일'은 온라인 차트에서 1위를 유지하며 장기롱런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녀시대, 씨엔블루, 인피티티H 등 톱스타까지 '무한도전'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자, 가요계는 걱정이 커져가고 있다. 미디어 그룹이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음원시장에 진출할 경우 가요 제작자들이 입는 피해가 크다는 것이 이번에 증명됐기 때문이다. 이는 흡사 대기업이 자본을 이용해 무차별적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연제협은 "미디어그룹이 자사의 인기 프로그램을 이용해 발표한 이벤트성 음원으로 손쉽게 인기를 얻게 되면, 음악제작을 위해 고심하는 제작자들의 시장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이는 결국 특정분야만 두드러진 기형적인 음악시장을 형성하게 되고 내수시장의 위축을 불러와 K-POP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가요계가 방송사들에게 보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K-POP이 세계로 뻗어가자, 가수를 동원해 해외에서 콘서트를 열고 수익을 챙겨왔다. 하지만, 이는 가요계와 미디어그룹의 상생의 효과가 컸다. 하지만, 이번 MBC '무한도전-박명수의 어떤가요'는 성격이 다르다. 이제 갓 작곡을 배운 박명수의 오락성 짙은 노래가 음원차트를 뒤흔들었다는 것은 가요 제작자들의 창작의지를 꺾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관계자는 "6주 동안 시간을 투자해 제작한 노래가 음원차트에서 독주하는 걸 보면 힘이 빠진다. 앨범 하나를 위해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얼마인데, 그 고생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 불만이 안 쌓일 수 없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무한도전'의 음원출시는 어느 순간부터 연례 행사가 된 듯하다. 이는 내부적으로 회사 흑자를 독력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수익사업을 벌이는 MBC의 내부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MBC는 올해 1월 중으로 지난해 6개월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세웠다고 소문도 돈다. 김재철 사장이 특보를 통해 수익과 시청률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준비가 장기적으로 보면 방송국과 가요계를 고사시키는 것은 물론 한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K-POP스타들은 국내 가요계에서 쌓은 인지도로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소녀시대, 씨스타, 티아라,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빅뱅은 국내 가요시장을 평정한 뒤,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미디어그룹의 이벤트성 음원이 계속 음원차트를 독식한다면, K-POP스타의 자리를 개그맨이 차지할 지도 모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제작자는 "한류나 K-POP이 지속하려면 끊임없이 스타가 탄생돼야 한다. 그런데 미디어그룹이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이벤트성 음원을 마구 출시하면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기 힘들다. 결국 방송국의 극단적인 상황까지 오면 해외 K-POP 시상식에는 정형돈, 노홍철, 유재석만 출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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