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건설은 그룹의 정식 계열사가 아닌 강덕수 회장의 개인 회사의 성격을 띄고 있다. 회사 주주는 강 회장과 두 자녀가 62.2%, 또 다른 강 회장 소유 관계사인 포스텍이 37.8%를 보유하고 있다. 법정 관리 개시가 되든 말든 그룹에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매출 규모도 그룹 전체와 비교해 1.6% 내외의 비중(2011년 기준)으로 극히 미비한 수준이다.
하지만 법정관리는 금융권의 시각으로 봤을 때 사실상 ‘부도’라는 게 문제다. 즉, STX건설은 그룹 계열사·관계사중 처음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불명예를 안게 됐다. 그것도 다름 아닌 강 회장의 개인 회사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그동안 STX건설은 포스텍 등 강 회장이 소유한 관계사들을 통해 유동성을 해결해 왔다. 하지만 건설업황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인 가운데 더 이상 돈을 집어넣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법정관리를 전격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시 신청이 떨어질 경우 급한 불은 끌 수 있어 회사는 물론 고객들도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고, 강 회장 자신도 더 큰 현안인 STX조선해양의 생존에 전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조선 부문에 수직 계열화 된 STX그룹이 비 조선 부문인 STX팬오션 매각에 이어 STX건설 법정관리까지 결정한 것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앞두고 불필요한 장애물을 스스로 없앴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채권단과 STX조선해양간 자율 협약 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이달초 경영 정상화를 위해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는데 현재 회사에 대한 실사 작업이 한창이다.
재계 관계자는 “팬오션과 건설 등 경기에 민감한 계열사를 정리하고 조선에 전념키로 했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앞서 지난 25일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에 6000억원 규모의 긴급자금을 지원하기로 합의 한 바 있는데 실사 과정에서 자금 지원을 먼저 결정한 것은 체결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조선업계 관계자도 “채권단이 지원할 자금은 선박 건조를 위한 기자재 구매 비용으로 활용해야 하며, 그래야 조업은 원활히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STX조선해양은 상당량의 조업 물량을 확보하고 있고 건조만 계속하면 선주사로부터 대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위기만 넘기면 현금 흐름은 빠르게 개선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채권단이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함께 강 회장의 경영권 포기를 제기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STX그룹 관계자는 “자율 협약은 회장의 경영권 포기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대신 채권단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청 할 때 대주주 지분 감자와 인력 축소 등의 희생을 요구할 경우 이를 따를 수는 있을 것이며, 어떻게 책임을 지는 가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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