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남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이날 중국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최근의 한반도 정세에 관한 인식을 공유하고 한반도 대치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돌리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이 도발 명분으로 삼아 온 한·미 군사훈련이 종료된 가운데 열린 이날 회동은 사실상 한·미·중 3각 협의라 해도 무방하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우 대표는 지난 4월 22일 미국을 방문해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났다. 임 본부장도 앞서 지난 4월 1일 미국에서 데이비스 대표와 회동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4월 12일 서울, 13일 베이징을 순차적으로 방문했다. 이런 과정에서 3국 간 쉼 없는 입장교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중 양국은 이날 특히 6자회담 핵심 당사국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대화 분위기 조성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군사적 대치가 일단 정점을 찍고 대화 가능성이 서서히 타진되고 있는 현재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남북, 북·미, 다자 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 측이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 달리 중국은 조속한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양국 간 다소의 온도 차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조만간 북한에 대북 특사를 파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이날 회담에서는 특사 파견과 관련해 대화가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순서상 그럴(특사 파견) 시점으로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북한 역시 손을 먼저 내밀지는 않겠지만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른 정부 고위당국자는 "중국이(특사를 파견한다면) 한국과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가져가진 않겠지만 한·미·중국 각자의 입장이 조금씩 조율된 내용을 들고 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중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에 동참해 북한의 추가적인 한반도 위기상황 조성 시도에 대해 한·미와 같은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온 것으로 봤을 때, 북한이 중국의 특사를 받을지 여부가 추후 한반도 정세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가는 방북 시기가 이르면 이번 주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이날 중국 우 대표 등과 협의에 나선 것도 중국의 대북 특사 파견이 임박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임 본부장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폐쇄 위기에 놓인 개성공단 문제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은 개성공단 문제가 비록 남북 간의 현안이지만 한반도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돌리려면 개성공단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이를 위해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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